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4월은 과학자인 필자에게 과학의 날이 있어 더욱 반갑다. 국가 경쟁력 제고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과학의 날을 보내며 과학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책임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국민 생활의 과학화를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제정하였는데 우리에게 '과학의 날'이 있기까지는 김용관(金容瓘'1897~1967)이라는 선구자 격인 과학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요업기술자가 되고자 일본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일본 사람들의 과학적인 생활과 기술력에 큰 감명을 받고 그 길로 우리나라의 과학 대중화 운동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비록 일제의 탄압으로 뜻을 펴지는 못했지만 과학 대중화를 위하여 '발명학회'를 창립하고 '과학조선'을 창간하여 일반인들에게도 과학상식을 전파하는 등 일생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민족자립을 위하는 길이라 여겼던 과학자였다.
세계 최고의 중공업, 반도체, 모바일 산업, 자동차산업 등 눈부신 경제 발전의 근간에는 과학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정부는 '577전략'으로 통하는 이른바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하여 국가 총 연구개발 투자 대비 국내총생산(GDP) 5% 달성, 7대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시스템을 선정'추진하여 7대 과학기술강국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 과학기술을 통한 국격을 제고해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 재정립과 과학자에 대한 처우 문제 등 생각해 볼 점들이 적지 않다.
필자가 생각하는 그 중 하나는, 개방형 연구체계 구축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의 경영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기술 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제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향후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텔, IBM, 제록스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을 구축하여 회사 첨단기술의 핵심부분을 글로벌 네트워크화하여 해결하고 있다. 즉 기업 내부의 폐쇄적인 기술혁신 시스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내'외부 자원을 활용하여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고 제품 개발과 연결하고 있다. 연구개발주체인 산'학'연과 관이 함께 열린 기술혁신을 통해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둘째는,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우수 과학기술인력의 적극적인 육성과 활용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내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며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국가 경제 활동력 또한 저하되고 있다. 또한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으로 인식되는 녹색기술 분야를 비롯한 신성장동력 분야의 박사급 고급과학기술 인력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고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기초인 초'중'고등학교부터 수학 및 과학 분야의 교육을 강화하여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녹색 및 융'복합 분야 대학 및 대학원을 개설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융'복합 인재를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 우수과학자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연구 인센티브 보장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를 우대하고 연구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후진타오 주석은 수리학자 출신이며 정부의 주요 요직은 이공계 출신의 과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를 통한 중국의 과학 중시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70'80년대 과학자라고 하면 많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이공계 기피 현상과 더불어 오히려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의학 분야로 유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연구 과정보다는 연구 결과만 바라보는 풍조와 과학자로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실패와 사고를 감추지 않고 교훈을 공유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실패를 용인하는 그들의 문화는 일본이 초기 우주발사시험에서 네 번이나 실패했지만 실패에서 얻은 값진 경험은 오히려 일본이 우주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초석이 되었다.
이제 6월이면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나로호의 재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과학자들이 신명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로호가 다시금 우주로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지금도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우리 과학자들에게 감사 드리며 이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가져본다.
이인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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