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펜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 축구 선수들이 프랑스 국가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웠던 르펜은 이민자 후손과 귀화자가 다수였던 프랑스 대표팀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순수 프랑스 혈통의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약체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강 이후 월드컵 본선 진출조차 2회 연속 실패했다.
프랑스는 1998년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리자, 순혈주의를 버렸다. 아프리카 알제리계 이민자 출신인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패트릭 비에이라(세네갈), 마르셀 드사이(가나), 다비드 트레제게(아르헨티나) 등 프랑스령이었던 아프리카 국가나 해외 이민자 출신 선수로 팀을 꾸려 첫 우승컵을 안았다. '프랑스의 성공'에 자극받은 유럽 각국은 프랑스 월드컵 이후 이민 및 귀화 선수를 속속 자국의 대표선수로 선발하고 있다.
축구뿐 아니라 농구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귀화 선수가 등장하고 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마라톤에서 2위를 한 카타르의 무바라크 하산 샤미는 케냐에서 태어났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도 한때 외국인 선수 귀화 프로젝트를 검토했으나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경기인 육상 종목의 특성상 피부색이 다른 선수를 귀화시켜도 국민 정서가 '우리 선수'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순혈주의 논란이 거세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고위직을 외무고시 출신이 독점해 외교관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됐다. 외부 기관의 인력 진단 결과도 '폐쇄적 순혈주의로 인해 능력 위주 인사가 어렵고, 타 부처와 조화되지 못하고, 어학 능력도 뒤진다'로 나왔다. 이에 정부는 외무고시 개선안과 외교아카데미 설립, 특채 확대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 분야 외에도 개방형 공직에 취임한 외부 전문가들이 '왕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도태되는 등 공직 사회의 폐쇄적 분위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학력'국적'공채 여부를 따지는 순혈주의 시대는 지났다. 다인종'다문화시대에 걸맞은 인재 채용 방안이 나와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이종교배와 달리 동종교배는 늘 열성인자 잉태의 위험이 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보라.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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