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사람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 몸을 억지로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마음까지 따라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감동과 감격이 있어야 몸과 마음도 함께한다. 규칙과 법규가 많은 조직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율과 투명성이 앞서야 살아 움직이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어떤 법이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람을 법에 옭아매는 것은 바른 일이 아니다. 조직이든 단체든 마찬가지다. 목적은 언제나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선한 일을 하려고 단체에 가입했는데, 그 안에서 상처를 받는다면 곤란하다. 더구나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숫자에 연연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한 개를 가지면 두 개를 바라고 열 개를 가지면 백 개를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숫자 100 뒤에는 1,000이 있고 더 많은 숫자가 있기에 이를 채우려 하다 보면 숨이 가빠진다. 지금 있는 것에 만족하면 숫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 더 큰 숫자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장황하게 서두를 꺼낸 것은 차범근 수원 삼성 프로축구팀 감독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정 규칙에 구속되지 않고, 숫자를 초월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최근 국제축구연맹이 발간한 '세계 축구기록 2010'에 소개됐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에 출전해 당시 외국인 최다인 98골을 기록하고, 1985-1986 시즌 터뜨린 17골은 아직도 아시아 출신 선수 한 시즌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여기까지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내용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가 독일에서 11년간 활약하면서 '경고 1개만 받았다'는 사실이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10년 이상 뛰면서 경고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선수는 백업 골키퍼 한 명뿐이며 국가대표팀 수문장 이운재 선수가 13년간 경고 8개에 퇴장 1개를 받았다면 가늠이 될 것이다. 몸을 사리며 경고에 대한 규칙에 연연했다면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없었고 한 개의 경고도 결코 나올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었을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때로는 승부에 집착해 파울을 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 선수의 몸을 해치게 하는 치명적인 파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뒷산의 경관을 헤치고 있다." "많은 사람 속을 해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앞의 예문에 나오는 '헤치고'와 '해치고'는 잘못 표기한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해치다'는 해롭게 하다, 남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다란 뜻이다. '헤치다'는 속의 것이 드러나도록 거죽을 파거나 잡아 젖히다, 흩어져 가게 하다, 앞의 것을 좌우로 물리치다, 어려움이나 방해를 물리치고 극복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운동장에서 상대의 몸을 해치지 않고 자신을 기량을 맘껏 펼친 차범근 감독을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상기해보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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