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기본의 힘

얼마 전, 서울 엘지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된 공연이자, 수성아트피아가 사랑과 감사의 달, 5월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무용극 '조율'을 보고 왔다. 한국 전통춤의 명인들과 현대 무용가들이 만나 빚어내는 무대에 세 음악단체의 음악과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연의 각 막이 끝날 때마다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로 연결을 짓는, 무용과 음악이 잘 조화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매혹, 구도, 신명이라는 총 세 개의 테마로 이루어져있다. 각 테마마다 전통 춤의 대가와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무용가의 무용이 교차되는데 여기에 쓰이는 장단은 모두 전통 장단이다. 전통춤을 추는 분들의 음악이 전통 장단으로 이루어짐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현대 무용가들의 무용에 전통 장단은 어딘가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마치 현대 무용이 전통 음악에 기인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무대를 연출해냈다. 그래서, 이 공연의 제목이 '조율'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전통 춤'이나 '현대 무용'이라는 시대와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춤 또는 무용'이 갖는 기본(근본)에 기인하여 전통 춤은 더욱 전통적으로, 현대 무용은 더욱 현대적인 것으로 그림을 그려가는, 결국 '공통된 기본'에 기인하기에 이들이 만났을 때도 조화를 잘 이루고 더욱 풍성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속해있는 삶 속에서의 조율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늘 소통, 조화(調和)의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로만 구분되던 세대 구분 방식이 언젠가부터 X세대(기성세대의 관습과 질서를 탈피하고자 한 세대), Y세대(정보통신 기술과 접목된 세대), Z세대(디지털 세대, 21세기 세대), N세대(디지털 문명 세대), G세대(88올림픽 전후로 태어난 세대, 글로벌 세대 또는 그린 세대)로까지 점차 세분화되고 세대의 변화가 급속화 되고 있는 걸 보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공통의 분모로 두어야 할 '기본'을 고려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만 해결하려는, 단편적인 해결 방식들을 택하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보이는 겉모습만이 마치 조화를 이룬 것처럼 해서,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국악과 양악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잘 결합되어 '퓨전 음악'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냄으로써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제대로 된 기본'을 토대로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야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