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토요논술학교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응시하는 2012학년도 대입전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논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다른 전형 요소보다 변별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 논술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입학사정관제의 적극적 도입도 한몫을 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단답형 위주의 주관식 문제였던 초·중·고등학교 내신 시험이 논술형으로 바뀐다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논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 등의 확대로 내신 중요도가 커진 데다 시험문제 중 서술형 비중도 늘어 하루 이틀 전 벼락치기 공부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22일 대구 봉덕초교의 경우 중간학력평가를 100% 서술·논술형으로 실시하는 등 논술의 중요성은 초·중·고를 막론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이 운영하는 토요논술학교를 찾아 바람직한 논술대비법에 대해 알아봤다.
17일 토요일 오후 2시. 대구 신명고등학교 교문으로 다양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써 5번째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새로운 풍경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토요논술학교 수강 학생들이다. 교사 대기실에는 이날 수업을 담당한 한준희 경명여고 교사를 비롯해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소속 12명의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한창이다. 프린트한 자료를 나누고 어떻게 수업할 것인가에 대해 마지막 의견을 나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자료를 준비했고 학생들을 위한 수업 자료집도 이미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수업은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됐다. 하루 4교시에 걸쳐 이루어지는 수업은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물론 한 시간이나 훌쩍 넘어 7시가 넘어서 끝이 난 반도 있다. 아이들의 지속적인 탐구와 토론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논술문을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홈페이지(http://cafe.naver.com/tgnonsul.cafe)에 올리고 지원단 선생님들이 댓글로 첨삭하면서 1차시 수업이 마무리됐다.
토요논술학교는 지난 3월 20일에 시작해서 6월 12일까지 34시간의 수업으로 마무리된다. 인문사회영역 8개반, 수리과학영역 4개반으로 전체 12반이 편성되어 있다. 20명 내외의 학생들로 반편성을 하려고 계획했지만 수강신청자가 너무 많아 대부분의 반이 거의 30명에 달한다. 전체 수강 신청자는 380명이 넘는다.
인문사회반은 ▷웰빙 추구의 방향 ▷세계화 시대 정부의 역할 ▷이념과 세계의 올바른 발전 ▷도시 공간의 분리와 사회적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지구 온난화 ▷비판적 읽기와 쓰기 ▷21세기 미래 사회와 창조적 리더십의 조건 등 8개의 주제에 따라 국어과와 사회과 교사의 통합 수업이 이루어진다. 강의도 있지만 발표와 토론, 논술문 작성, 그리고 첨삭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수업이다. 수리과학영역은 기본적인 예시논술문제나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수학과 과학이 통합된 다양한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논술 수업을 진행한다.
토요논술학교가 시작된 지 벌써 4년째이다. 교육과정이나 수업방법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하여 다른 지역 교육청으로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한준희 팀장은 "2007년 논술 광풍이 불 때 사교육보다는 우수하고 발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토요논술학교를 시작했다. 각급 학교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해마다 학생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논술 수업은 교육과정에 가장 충실한 수업이다. 대학별 논술고사를 준비한다는 단계를 넘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송향영(동부고3) 학생은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강의와 방향 제시가 좋았고, 논술이 단순히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고, 김은희(경덕여고3) 학생은 "늘 입시 부담 속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토요일 논술수업을 하러 오는 시간은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박상민(남산고3)군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사회를 바라보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지원단 선생님들께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장학관은 "학문이 통합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교육은 오히려 나누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토요논술학교는 학생들에게 통합된 시선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며 나아가 대학별 논술고사 대비를 위한 사교육비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토요논술학교의 존재를 평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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