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전세', 시한폭탄 초읽기

대구 2년 기한임박 3200가구 연말까지 분양전환 예정

"분양가 3억5천만원대의 42평형 새 아파트를 전세금 1억원에 살고 있는데, 계약기간이 임박해 걱정입니다. 건설사는 할인해 줄 테니 집을 사라고 하지만, 목돈이 없고 그렇다고 다른 전세를 구하기도 힘들고 난감합니다."(대구 달서구 전세분양 입주자 A씨)

"분양이 잘 되지 않고 회사의 자금 압박이 심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 분양했지요. 2년 뒤에는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졌는데, 닥쳐보니 그렇지 않네요. 조만간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면 분양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B건설사 분양담당자)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전환 물량이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하면서 대구의 아파트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년간 잊혔던 '전세분양'이란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건설사들은 전세기간 종료를 앞두고 분양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전세 입주자들은 분양전환을 망설이고 있다. 아파트시장에는 실질적인 매물이 더 늘어 건설사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정부는 23일 총 5조원의 자금을 들여 미분양 아파트 4만가구를 감축키로 발표했지만, 건설사들은 중대형 평형의 악성재고가 많은 지방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분양, 대구 5천300여가구

건설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신규 입주 아파트단지의 미분양 중 상당 물량을 전세로 분양했다. 업체들은 미분양을 중도금 선납할인, 대출 이자 대납 등 직·간접적으로 할인 분양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물량은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전세분양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분양대행사 ㈜리코씨앤디의 주택시장 동향 분석에 따르면 대구에서 전세 시행 중인 미분양 아파트는 20개 단지 5천314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달서구가 2천286가구로 가장 많고, 다음은 달성군(1천190가구), 수성구(988가구), 북구(345가구) 등의 순이다.

◆연말까지 3천200여가구 분양전환

전세로 분양한 아파트들은 일반적으로 전세기간 종료 3~6개월 전 분양전환이 시작된다. 따라서 대구에서는 현재 분양전환 물량의 60.8%인 3천233가구가 연말까지 분양시장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건설사들은 전세분양 시점에 따라 이미 분양전환을 시작했거나 전세 입주자들에게 분양전환 일정을 통보하고 있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10~20% 정도 낮춰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소형 아파트를 제외하곤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 분양 물량 중 절반(54%)이 40평형대 이상이다. 달서구 C아파트의 경우 올 1월부터 14~20% 정도 분양가를 낮춰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분양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세가 영향 미칠까?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분양가는 기존 아파트의 전세가보다 싼 편이었다. 전세 수요가 적은 대형평형은 분양가의 20~30%대에 전세물량으로 나왔고, 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형은 분양가의 30~50%선에 임대됐다. 서구 D아파트단지의 경우 62평형이 분양가(5억4천만원대)의 18.5%인 1억원에 전세분양이 됐으며, 수성구 E아파트단지에서는 57형평 전세가가 분양가(7억1천만원대)의 27.9%인 2억원이었다. 이들 전세분양 아파트들은 일부 지역의 전세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 아파트가 전세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해당 지역의 전세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가 지난해 대구 아파트 전세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형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분양 물량 중 일부가 전세로 시장에 나오면서 중대형 위주로 약세가 나타났다. 특히 수성구는 미분양 물량의 전세전환으로 중대형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1.36% 하락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단위: 가구)

달서구 2,286

달성군 1,190

수성구 988

북구 345

서구 239

동구 170

남구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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