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안타깝게 청소년 시절 배움의 길을 걷지 못한 사람들이 뒤늦게 향학열에 불타는 것도 배움에는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의 열정 앞에서는 그 어떤 난관도 없어지는 것이다.
1991년 11월 11일 문을 연 야학 경산 '우리학교'. 그동안 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200여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배움을 갈구하는 경산지역 교육 소외 계층들의 욕구에 충실하게 부응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학교의 출발은 매우 작고 초라했다. 지금 교장을 맡고 있는 최승호 대표교사를 비롯해 교사 10명, 학생 20명으로 학교 문을 연 것이다. 경산시 중방동 한 표구사 내 합판교실 3칸으로 학교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 다음해에는 시련이 찾아왔다. 화재로 인해 경산새마을금고 2층 강당에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92년 2월에는 대표교사 체제에서 교장체제로 바꾸었고 드디어 제1회 졸업생 10명을 배출했다.
우리학교의 졸업생은 60대 만학도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졸업식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가 눈시울을 적시며 서로 정을 나누는 따스한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의 인적 구성이 많이 달라져 초창기 설립 이념 그대로 야학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지난 2006년부터 야학 설립 이념에 충실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야학에다 '한글교실',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실인 '경산지역아동센터'(풀꽃방)와 '들꽃지역아동센터'(들꽃방) 등을 추가로 설립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경산대안교육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나아가 올 상반기부터 중'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를 중심으로 위탁형 대안학교인 부설 '풀들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5개의 독립된 대안교육 기관을 통합 운영하는 경산대안교육센터는 현재 8명의 상근자와 12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검정고시 및 특활수업(우리학교) ▷성인 및 취약지역 대상 문자해득교육(한글교실) ▷저소득 초'중등학생 보호 및 교육 복지, 문화 연계프로그램(들꽃지역아동센터와 경산지역아동센터) ▷초'중등학생 문화체험 프로그램(주말학교 '명아주''명랑한 아이들의 주말학교 줄임말) ▷컴퓨터로 배우는 한글교육 프로그램(컴퓨터 교실) ▷학교부적응 청소년 위탁교육 프로그램(풀들학교) 등 6개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 교육 공동체가 바로 경산대안교육센터인 것이다.
경산대안교육센터의 교육 이념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간교육을 지향하는 데 있다. 교육을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정치 의식과 자립적인 경제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환경의식,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민주시민의식을 가진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경산대안교육센터는 이 같은 인간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각 단위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정규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이 의지를 갖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학력 취득과 함께 삶과 그 삶 속의 '진정함'이 무엇인가를 찾아 주기 위해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최승호 우리학교 교장은 "꿈을 꾸고, 준비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 없이 도전해야 한다"며 "우리학교를 포함한 경산대안교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현 사회2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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