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다'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에세이지만 건강한 가정을 위한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 제2장에는 '학부모 괴담'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강남에서 유행가처럼 떠돌았다는 끔찍한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아들을 명문대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밤낮으로 애를 썼다. 보약을 먹이고 족집게 과외선생님도 찾아다닌다. 아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일정은 엄마가 관리해준다. 동선을 줄이기 위해 차에 태우고 여기서 저기로 숨가쁘게 달린다.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어머니는 차에 대기하면서 다음 일정을 점검하고 시험에 대한 정보를 정리, 아들에게 전해주며 혼신의 힘을 다한다. 수면 시간 역시 관리해 준다. 드디어 아들은 명문대 입학에 성공했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한 학기가 지날 무렵 어머니는 낮에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일까 생시일까. 아들이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것이다. 잠결에 눈을 뜬 어머니는 놀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니? 어째서 이렇게 일찍 왔니? 그렇게 묻는 어머니를 내려다보는 아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분노와 증오, 어쩌면 경멸에 찬 눈빛이었다. 어머니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아들은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야이, XX년아. 원하는 대로 나를 OO대 법대에 입학시키니 좋으냐? 네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동안 내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알기나 하냐?"
아들은 자신에게 헌신한 어머니에게 왜 이런 패륜을 저지르는 것일까.
가정이란, 돌아가야 할 때는 언제든지 받아주는 곳이어야 한다. 경쟁에서 지치고 두려울 때, 무능하다고 누군가 손가락질할 때,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정이요, 어머니의 품이다. '학부모 괴담'의 법대생에게는 어머니마저도 자신을 벼랑으로 떠미는 타인일 뿐이었다.
엄마들은 자녀의 성적에 왜 이토록 집착할까. 첫째, 형제도 없이 자란 아이가 장래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둘째, 양육자이자 교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를 CEO라고 부추기며 어머니의 정보력이 자녀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등 어머니의 불안을 부추기는 상업적인 교육 분위기가 한 몫을 한다. 자녀가 성공해야 어머니에게 권력이 생기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자녀의 성적은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의 당면한 현실이다. 싫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즐겁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엄마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 파악해야 한다. 불안감에 휩싸여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해파리형인지, 자녀의 문제와 약점을 무조건 덮고 외면하는 타조형인지, 자녀가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감지하여 세인트버나드(안내견)처럼 안전한 곳으로 잘 인도하는 유형인지 말이다. 공부의 주체는 학생이다. 재촉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믿고 지켜봐야 한다.
둘째, 공부하는 자녀에게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휴식은 노는 게 아니라 브레인 스토밍하는 시간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회가 된다. 놀지 못하는 아이는 공부도 못한다.
셋째, 부모 자신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부모란 가장 좋은 거울이 되는 것이다.
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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