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여자 부통령, 박마리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요즘 시대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종종 있었기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지 않을까. '여자 부통령'이라 불리던 박마리아(朴瑪利亞'1906~1960)는 용서받기 힘든 '권력욕의 화신'이었다.

삶의 출발이 불우했기에 비뚤어진 출세 욕구를 갖게 됐는지 모른다. 일찍 고아가 돼 경성의 교회에서 성장하면서 어렵게 공부했다. 미국 유학 중 열 살 연상의 이기붕과 결혼하고는 여성단체에 몸담아 친일 강연을 하러 다녔다. 해방 후에는 국일관 지배인의 부인에 불과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가까워지면서 권력 심층부에 성큼 진입했다. 병약한 남편을 전면에 세워놓고 서대문 집에 앉아 장'차관을 불러 지시를 내리기 예사였고 정치판도 좌지우지했다.

압권은 장남 이강석을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시키고 3'15 정'부통령 선거 때 회장으로 있던 대한부인회를 동원해 부정선거를 자행한 일이다. 4'19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눈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 이승만이 망명하자 1960년 오늘, 경무대 별관에서 남편, 두 아들과 함께 권총 자살을 했다.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을지 모르지만 비참한 최후를 마쳤으니 인생무상이 아니겠는가.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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