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전쟁 중이다. 미국만큼 크고 작은 많은 전쟁을 치른 국가도 없다. 미국은 건국 이래 300여건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44명의 역대 대통령 중 30명이 장군 또는 장교 출신이라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하면서도 '무력 사용을 통한 평화의 추구'라는 역설의 실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미국 예외주의'라 불리는 독특한 신념, 즉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입각한 십자군적 신념이 작용한다.
전쟁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고 생명의 희생 역시 피할 수 없다. 미국은 건국 이래 엄청난 규모의 전쟁비용을 지출해 왔고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꽃다운 젊음과 생명을 바쳤다.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현재까지 4천390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은 베트남 전쟁(1959년~1975년)에 25억달러 이상을 지출했고 5만8천159명의 젊은이를 잃었다(참고로 한국군 베트남전 전사자는 4천960명이다). 6'25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는 3만6천516명에 이른다.
『오바마의 과제: 3조 달러의 행방』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콜롬비아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인 린다 빌메스의 저작으로, 이들은 이라크 전쟁의 실질적인 직간접 비용을 3조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의 약 20년치 예산에 버금가는 돈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2007년 추산에 따르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으로 미국은 2조4천억달러, 대략 미국 국민 1인당 6천300달러에 달하는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저자들의 지적처럼 "문제는 미국이 3조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1조, 2조 혹은 3 달러가 미국을 파산으로 내몰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계산을 좀 달리해 볼 수도 있다… 1조달러는 800만호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1천500만명의 공립학교 교사를 1년간 채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1억2천만명의 어린이가 프리스쿨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혹은 주립대학의 4천300만명의 대학생에게 4년간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다. 3조달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 언급한 수치에 3을 곱하면 된다." 요컨대 미국은 이라크 전쟁 비용을 생산적인 방향에서 내실 있게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의 정당성이나 개전 이유에 대한 새삼스런 논의는 생략한다하더라도 이 전쟁을 위해 쏟아 부어진 달러나 미국 젊은이들의 피의 대가로 얻은 이라크에서의 성공은 초라하다. 2005년 새로운 헌법 제정과 총선에 따른 의회 구성, 2010년 3월 총선에 따라 알라위(Allawi) 정권의 탄생이 있었지만 이라크의 정치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나아가 미국은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의 민심도 잃었다. 2007년 B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된 25개 국가의 73% 이상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저자들의 지적처럼 미국이 잃은 것은 직접적이다.
저자들의 지적이 옳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전쟁의 가치는 무엇으로 판단되는가? 과연 가치 있는 전쟁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아니라면, 모든 전쟁은 무가치한 것인가? 전쟁을 통해 평화 혹은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 혹은 지킬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전쟁은 정당한 것 아닌가? 이러한 질문이, 불행하지만, 미국의 질문만은 아니다.
스산한 4월의 날씨 속에 대한민국은 지금 상중이다. 46명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이들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각오와 준비가 되어있는가? 누군가의 도발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우리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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