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상인동 가스참사 15주기…'유족들만의' 추도식

대구 상인동 가스 참사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28일 한 유가족이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문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상인동 가스 참사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28일 한 유가족이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문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매주 아이들의 방 청소를 하듯 위령탑 주변을 닦고 쓸며 단장했다. 매년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향을 피웠다. '4월 28일'.

한동안 몸서리쳤고 아직도 가슴이 메이는 그날이 15주년을 맞았다. 유족들은 차분했다. 애써 그날을 기억해내려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떠나 보낸 아이들을 이제 가슴에 묻었습니다."

28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학산공원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위령탑(사고 이듬해인 1996년 11월 준공)에서 열린 15주기 추도식. 동병상련을 나누어왔던, 같은 슬픔을 이고 살아가는 4·28유족회 회원 30여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당시 중·고교생 자녀들을 먼저 보낸 유족들이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자녀들은 29~31세가 됐을 것이다.

유족들은 2006년 이후부터 관련 기관 단체장이나 시민단체에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추도식을 치르고 있다. 대구시민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허원영 유족회 부회장은 "유족들은 차분하게 그날을 되새기고 극복하며 정리하고 있는데 행사를 떠들썩하게 벌여 시민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고 후 아이들의 방은 없앴지만 유족들은 위령탑 주변을 아이들의 방처럼 또 아이의 자취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유족들만의 공간은 아니었다. 여전히 시민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 그날의 사고를 잊지 않고 있어서다.

"매주 적게는 7명, 많게는 10명 가량이 주변을 청소합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꽃이 적잖게 발견됩니다. 시민들의 기억마저 지울 순 없네요."

유족들은 위령탑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워진 만큼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덕규 유족회장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냄비 달듯이 달았다 식어버리는 관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며 "아직도 대형참사가 일어나는 걸 보면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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