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세살바기 뱃속에 암덩이 라니… ' 박홍래씨

간암 앓는 아들 둔 엄마

26개월 된 권혁돈(영천시 임고면)군은 간모세포종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이지만 아이의 뱃속에는 무서운 암덩이가 자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6개월 된 권혁돈(영천시 임고면)군은 간모세포종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이지만 아이의 뱃속에는 무서운 암덩이가 자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6개월 된 권혁돈(영천시 임고면)군은 간암을 앓고 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장난감 차를 좋아하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지만 아이의 뱃속에는 암덩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혁돈이의 병명은 '간모세포종'. 간 속에 악성 종양이 생긴 것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병이라고 합니다.

◆결혼 11년 만에 낳은 아기가 간암

혁돈이의 병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 초쯤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배가 빵빵하게 부어오르고 딱딱해지는 것이 이상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간모세포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던 것이죠. 어머니 박홍래(40)씨는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이 어떤 건지 실감했다"며 "이렇게 어린 아이가 간암에 걸릴 줄은 생각조차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어느 부모에게나 자식은 귀한 법이겠지만 박씨에게 혁돈이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입니다. 결혼한 지 11년 만에 가진 아기였기 때문입니다. 워낙 늦게 가진 아기이다 보니 남편에게는 나이 50에 처음 가진 자식입니다. 박씨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었다"며 "무려 11년 만에 가진 귀한 자식이 이렇게 심각한 병을 앓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혁돈이를 낳기까지의 길도 험난했습니다. 임신중독증으로 혁돈이는 여덟달 만에 엄마 배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임신중독증이 심해 더 이상 놔두면 아기도, 산모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해서 8개월 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던 것이지요. 1.6㎏의 작은 체구로 세상에 처음 나온 혁돈이는 이후 35일 동안을 인큐베이터 속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만난 아기이기에 엄마의 가슴은 더욱 찢어집니다. 박씨는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한데 이렇게 큰 병까지 앓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바꿀 수만 있다면 내 간과 바꿔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

아직 말조차 다 배우지 못한 혁돈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또래랑 별 차이가 없습니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천진난만한 얼굴입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하고, 엄마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사람만 보면 좋아 어쩔 줄을 모릅니다. 자세히 보면 또래에 비해 머리가 듬성듬성한 정도가 차이일까요.

지금 혁돈이는 힘겨운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두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벌써 머리는 다 빠져버리고, 항암치료를 받은 날이면 우유조차 삼키기 힘들어합니다. 어른들도 속이 뒤집혀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힘든 항암치료라는데 갓 두돌을 넘긴 혁돈이에겐 오죽이나 힘든 일일까요. 몇날 며칠을 토하기만 하며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견뎌내야 할 몫입니다. 현재 혁돈이의 작은 간은 암덩이로 꽉 차 있어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간 전체를 다 들어내야 할 형편인 것이죠. 아직 몇 차례의 항암치료를 더 받은 후 암덩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어야만 수술이라도 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3주에 한번씩, 세번의 항암치료가 더 남아있습니다.

◆치료비 마련할 길 없어 가슴앓이만…

박씨는 혁돈이 치료비 걱정에 목이 멥니다.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할 때마다 수백만원의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열이라도 오르면 또다시 응급실로 뛰어가야 합니다. 열만 한번 올라도 100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벌이가 없는 혁돈이네 형편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입니다.

사실 혁돈이 아빠가 처음부터 농사를 지었던 것은 아닙니다. 혁돈이가 태어나기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박씨는 "남편과 결혼해 줄곧 대구에서 살며 남편은 일용직, 저는 식당일을 하며 노력했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질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결국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남긴 집과 얼마 되지 않는 밭을 관리하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던 것입니다.

배농사를 짓는 부부는 근근이 입에 풀칠은 하고 사나 보다 했는데 갑작스런 혁돈이의 병에 생계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야 수중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큰돈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지금까지 치료비는 친척들에게 빌려서 어떻게든 마련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돈을 빌릴 데도 없어 앞이 막막하다"며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아직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 채 티없이 밝기만 한 혁돈이가 해맑은 웃음을 계속 간직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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