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가 완연하다. 수출과 정부, 민간 부문 등 경제 각 분야가 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출구전략의 관건인 민간 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띌 정도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비상조치들을 정상화하는 출구 전략의 단행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묘한 입장 변화도 드러나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기 진입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7.8%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4분기 8.1%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20% 증가했고 내수도 수출과 설비투자의 기록적인 증가세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8%로 지난해 4분기 0.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할 정도로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4.3%)을 한 데 따라 '기저효과'가 작용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12일 한은이 발표한 수정 전망치(전기 대비 1.6%, 지난해 동기 대비 7.5%)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내수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호조를 바탕으로 전기 대비 2.7%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5% 늘었다. 설비투자 증가세는 확연히 눈에 띈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5%로, 한은의 당초 예상치(0.6%)의 2배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28.8%가 성장했다. 한국은행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에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장기 성장 경로에 거의 근접했다"며 "수출의 기여도가 가장 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 부문이 고르게 성장에 기여하는 등 경제가 꾸준히 회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심리도 하락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4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0으로 지난달과 같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13.4를 기록했다. BSI 전망치는 올 3월(116.2)과 4월(111.2)에 이어 3개월 연속 110을 넘었다. BSI 전망치가 3개월 연속 110을 넘은 것은 2007년 11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지역 상장법인들의 시설투자도 감소세가 크게 줄었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가 최근 3년 간 대구경북 상장법인들의 시설투자금액을 조사한 결과, 23일 현재 시설 투자를 한 상장법인은 4곳, 금액은 77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를 제외할 경우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액인 206억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포스코를 제외한 상장법인들의 시설투자금액은 2007년 1천906억원에서 2008년 3천72억원으로 61.2% 증가한 뒤, 지난해에는 무려 93.3% 감소한 206억원에 그친 바 있다.
◆출구전략 시기는?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출구전략의 시행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문제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의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가 아직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위축과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요한 것은 저금리보다 과잉유동성이며 과잉유동성이 오래 가면 위기가 되풀이 될 수 있다"며 "국제공조체제 아래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기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저금리의 폐단을 지적하고 기준금리를 점진적이되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0%의 낮은 기준금리와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이 금융시장의 자금배분을 왜곡시키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의 기준금리는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비춰 낮은 게 사실"이라며 "저금리가 오래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지연, 멀지 않은 장래의 물가상승 압력 증대, 자산가격 오름세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올린다면 올 하반기쯤으로 점치고 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 차원이라기보다는 시장에 신호를 주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0%에서 2.25%로 0.25%포인트 정도 올리고 경제회복속도를 감안하면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제성장률을 보고 당장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에는 가계부채와 기업들의 자금부담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출구전략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수준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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