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4년부터 구의회 폐지" 찬반 양론 팽팽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가 27일 2014년부터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군의회를 폐지키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기초의회 존폐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위의 기초의회 폐지 방안에 대해 기초의회 의원과 학계·시민단체는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광역의회 등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국회와 특위의 의도는?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가 기초의회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은 100년 넘게 유지돼 온 현행 시·군·구 통합작업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금의 '시·도-시·군·구-읍·면·동' 3단계 행정체제는 지난 1890년대에 도입된 것이다.

경북대 한 교수는 "행정체제의 비효율 때문에 행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절박성은 있었지만 정치적 대립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며 "특위의 기초의회 폐지방침은 본격적인 행정개편을 위한 시동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대구나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단일생활권이어서 구별로 독자적인 행정을 하지 않는 만큼 굳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특위는 대신 광역의원의 정수를 늘리고, 구(군)정위원회를 둠으로써 기존의 구(군)의회 기능을 보완하도록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역행

기초의회 폐지방침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 구의회 등은 어렵게 확보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해치는 반역사적 조항으로 기초단체장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지고 중앙에 권력이 더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계명대 행정학과 최봉기 교수는 "구의회를 없애겠다는 것은 결국 구청장 선거 역시 없애겠다는 소리다. 국회의원들로선 잠재적 경쟁자인 민선 구청장의 싹을 자를 수 있고, 공무원들은 관선 구청장 제도가 부활하면 자리가 늘어 찬성하는 것 아니냐. 주민들로부터 권력을 받아든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장인 장상수 동구의회 의장은 "기초의회가 사라지면 행정기관의 독주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기초의회 폐지는 구의원과 지역 주민 등 당사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구 달서구의회 김철희 의원은 "동네를 구석구석 살피며 의견을 개진하는 기초의원의 역할을 저평가한 것"이라며 "선출직 구청장의 선심성 행사를 견제하는 기능이 기초의회에 있는데 이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사무국장은 "정부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데 지역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가는 것도 아주 중요한 가치다.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고비용 구조 바꿔야

광역의회와 행정기관, 일부 시민단체는 기초의회 폐지에 대해"관리 비용이 줄게 돼 행정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시민단체 관계자는"특별시와 광역시의 구·군은 독자적인 권한이 거의 없어 기초의회의 역할이 많지 않다"면서 "광역의회를 확대하고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기초의회 폐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회 한 의원은 "구의회가 예산 등과 관련해 큰 기능이 없는 데다 구의원은 과거 동장이나 통장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동일생활권 내 구의회 폐지는 당연하며 대신 광역시의회독립성 강화와 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모 부구청장은 "그간 기초의회의 해묵은 숙제가 일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회 존립 목적인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을 그동안 못 해온 게 사실이고 기초의회가 없어지면 주민의견 수렴 기능 등 다소 차질은 있겠지만 그간 의회 유지 비용 등에 비하면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시의원은 "구가 시의 지원 없이 혼자 힘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은 탓에 구의회 역시 업무 강도나 양이 상당히 적다. 독립적인 의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낭비였으므로 바람직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채정민·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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