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앞바다서 발견 대형 폭탄 방치 "나 몰라라"

6·25전쟁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폭탄이 포항 앞바다에서 대거 발견됐으나 발견된 지 20일이 되도록 폭발 처리 또는 수거되지 않은 채 바다 속에 방치되고 있다.

특히 폭탄 처리와 관련된 군과 해경, 항만청 등은 폭탄 발견 사실과 향후 처리 방안 등에 대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

이달 9일 포항 흥해읍 용안리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 수심 25m 지점에서 민간인 스쿠버다이버들이 폭탄을 발견, 포항해경에 신고했다. 북쪽 방파제 끝단 400m 지점에서 발견된 길이 1.8m짜리 대형 폭탄 1개와 남쪽 끝단 300m 지점에서 발견된 길이 80cm짜리 중형폭탄 7개는 6·25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해경은 폭탄 발견 사실을 군부대에 신고했고 24일 해경과 포항항만청이 참관한 가운데 해군 폭발물처리반(EOD)이 대형 폭탄 1개를 수중 폭파했다. 하지만 중형 폭탄 7개는 폭발처리할 경우 방파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는 이유로 발견 20일이 가깝도록 바다 속에 그대로 있다.

문제는 수중에 방치된 폭탄들의 향후 처리 방안 등에 대해 포항의 관련 모든 기관들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며 다른 기관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해경은 "폭탄 신고만 받았을 뿐 군이 폭탄 제거 작업을 한다"며 "남은 폭탄의 종류, 위력 등과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포항항만청 역시 "폭탄들이 선박이 오가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항만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폭파 때 참관을 했다"며 "인근에 선박 접근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추가 폭파는 군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포항에 주둔하는 부대인 해병 1사단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해병1사단 작전과 관계자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폭탄 제거 작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시민들이 궁금해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다.

시민 이모(54·포항시 두호동)씨는 "시민들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폭탄에 대해 관계기관들이 서로 모른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아느냐"며 "뒤집어 말하면 군과 해경, 항만청 등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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