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에게 축구공은 자기가 다루는 '도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음악가에게 곡이 그렇고, 카레이서들에겐 자동차가 그렇다고 한다. 나는 요즘 그 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무언가가 내 일부, 더 나아가 나 자신이 된다는 걸 말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삶의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왔을 때,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처음에 정좌를 하고 마음을 집중하려고 하니 만 가지 잡생각이 떠오르고 몸은 더 굳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꿔서 몸을 먼저 단련해보기로 했다. 몸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마음이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허리와 어깨를 움직일 때의 그 어색함이란. 내가 내 몸에 이렇게 걸려있구나, 이리도 어색해 하는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내 몸의 균형이 잡혀갈 때쯤 나는 알게 되었다. 사실 몸과 마음이 하나이구나,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몸이 괜찮아지고 마음까지 덩달아 좋아졌을 때 나는 검(劍)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제껏 검이라곤 집에서 요리할 때 쓰던 부엌칼이 전부였으니, 그 무게와 어색함에 기가 눌렸다. 이런 내게 검을 전수해주시는 분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이제 검은 검이 아니라 자신의 팔이고, 자신의 몸 일부인 것처럼 여겨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정말 열심히 검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시간을 투자하고, 내 검과 오랜 시간 정을 들여야 한다는 거였다.
나는 검을 전수받으면서부터 내 일과 일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내 일을 때때로 밥벌이의 도구로 생각했고 내 일상을 벗어나고픈,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정도로 여기며 산 것도 같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기는커녕 어떻게든 잘 써먹고만 싶었던 것이다.
내 일부가 된다는 것, 더 나아가 나와 내 삶이 된다는 건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쏟는 일이다. 마음을 담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지금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그것이 나를 이만큼 지탱해주고 잘 살아가게 도와준다는 걸 얼마나 인정하는가? 그리고 그것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더없이 솔직하게 답을 하고 싶다. 나와 내 삶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잊고서는 돈도 명예도 행복의 조건이 되지 못할 것이다. 다 갖고도 왠지 허전한 현대인의 삶은 어쩌면 그런 물음을 잊고 산 탓이리라. 전문주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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