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피아니스트 한동일과 협연 주목

7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대구시립교향악단 365회 정기 연주회 '바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구미문화예술회관), 백건우 스페셜(대구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대구오페라하우스) 등의 공연이 23일 하루에 집중되었던 탓에 모든 프로그램을 다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한국의 자랑인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는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초청 공연은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일평생 한 번이라도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의미 있고 비중 있는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특히 구미문화예술회관(관장 공영훈)이 지역에 순수 예술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려는 사명감으로 기획했고 결과적으로 아주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까지 기획 단체가 매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들의 공연에 대한 관심과 지지의 부족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공연이었다.

사실 순수 예술은 피부에 와 닿는 감흥이 대중 예술보다 크지 않으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내면적 동력이 있다. 그래서 순수 예술에 대한 관심은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이 빠르고 클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다. 자살률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없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 실정에서 정신적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순수 예술의 영향력 있는 도움이라 생각된다. 교육 정책 역시 순수예술 교육을 외면하면서 입시 위주로 흐르고 있고 학생들도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극복의 의지가 약해지고 회피하려는 풍조가 아쉽기만 하다. 이처럼 사회는 외형적으로 발전하지만 정신은 더욱 피폐해지고 각박해지는 현실이 되었다. 그럴수록 더욱 귀하고 가치 있는 일에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사회 자체를 계도해야할 의지가 필요하다.

깊은 감성을 지녔으며 학구적인 비올레타(김상은)와 성량이 풍성하고 화려하며 풍부한 매력을 전해준 비올레타(이화영)를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준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도 좋은 공연이었지만 빈 자리들이 보여 안타까왔다. 우리 주변에서 좋은 공연들을 만날 수 있고 그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 참여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이루어내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5월의 대구 음악계도 공연의 홍수 속에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지면에서 소개하고픈 공연은 단연 7일에 있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365회 정기 공연 '바그너의 선율'이다. '마이스터징거' '트리스탄과 이졸데' '탄호이저의 서곡' 등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바그너이다. 그리고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가단조와 협연자 한동일을 만나는 것은 더욱 환상적인 구성이다. 한동일은 1970년대 많은 중학교 영어 교과서의 주인공이었던 피아니스트 'Dongil'이다. 1965년(24세)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국제콩쿠르 리벤트리트에서 우승하여 한국인의 음악적 가능성을 세계에 알렸으며 우리의 많은 음악가들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도록 포문을 연 장본인이다. 마에스트로 곽승의 취임 이후로 한층 원숙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는 시민의 교향악단을 의미 있게 만나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문의 053)606-6313~4.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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