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선수의 약물복용은 선수 생명의 위협과 경기력 향상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항상 유혹의 대상이다. 대회 기간 중이 아닌 평소 훈련 중의 불시검사(out of competition test) 병행과 함께 혈액검사까지 적용해 도핑컨트롤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 구분 없이 늘어난 도핑을 규제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경기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은 1999년부터 스위스 로잔에 국제반도핑기구(WADA) 본부를 따로 설치, 약물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약물검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육상 선수 중에는 유난히 여자 단거리 스타들이 많다. 메리언 존스, 카트린 크라베, 켈리 화이트, 멀린 오티 등 세계를 호령한 여자 스프린터 상당수가 약물 복용으로 이름에 먹칠을 했다. 미국의 메리언 존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단거리 3관왕에 올랐으나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금메달 박탈은 물론 약물복용과 관련된 위증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왔다. 1991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100m와 200m에서 우승한 독일의 카트린 크라베는 훈련기간 중 불시검사에서 천식치료제이며 근육증강제인 클렌부테롤(clenbuterol)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자격정지를 당했다.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100m와 200m 금메달리스트 미국의 켈리 화이트는 수면발작증상인 기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모다피닐(modafinil)과 성분을 알 수 없는 스테로이드계 약물, 근육강화제이면서 혈구생성을 촉진하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등이 함유된 복합약물 복용 혐의로 2년간 출전정지와 이전 4년간 따낸 모든 메달 박탈의 제재를 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100m 등에서 3관왕을 차지한 미국의 그리피스 조이너도 약물검사에서 직접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런 심장발작에 의한 사망이 상습적인 약물복용에 의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그녀가 1988년에 수립한 100m 10초49와 200m 21초34의 세계신기록은 22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비운의 여자 단거리선수였지만 20년간 세계 정상급선수로 유명했던 자메이카 출신이며 슬로베니아로 귀화한 철녀 멀린 오티도 난드롤론(nandrolone)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드롤론은 돼지 정소에서 주로 생성되는 천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성분을 가진 근육강화제로서 원래 젖소의 출산에 도움을 주던 약제였으나 약물대사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흔적이 빠르게 없어진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이 적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물 유혹에 더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단거리는 강한 파워가 요구되기 때문에 여자 단거리 선수들이 근육을 늘리고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근육강화제와 흥분제를 오남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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