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랑 천안함 용사들이여! 부디 영면하시길…."
4월 국화는 흐드러졌다. '대한민국의 아들' 46명은 국화 속에 잠겼다. 국민들은 이들을 가슴에 묻었다. 국민들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미어졌다. 아들들이 '험한 파도가 몰려 천지가 진동해도 지키겠다'며 목청 높여 불렀던 서해 푸른 바다도 오늘 만큼은 고요했다.
'고 천안함 46용사'의 숭고한 넋을 국민들의 가슴속에 담는 영결식이 29일 오전 10시 해군 평택 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숙히 거행됐다.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가라앉은 지 34일 만에 가족, 국민과의 작별의식이 거행된 것이다. 정부는 이날 하루 온 나라가 이들의 영혼을 달랠 수 있도록 '국가 애도의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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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국무위원과 주한 외국대사, 군 장성, 유가족 등 2천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결식은 개식사, 국민의례, 고인에 대한 경례·묵념에 이어 경위 보고, 화랑무공훈장 추서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천안함에서 생존한 김현래 중사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불교·기독교·천주교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이 끝난 뒤 5초 간격으로 3발씩 총 9발의 조총이 발사됐고 기적이 울려 퍼지면서 영결식이 엄수됐다. 천안함 생존장병인 김 중사는 추도사에서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참석한 이 대통령은 식장 앞줄에 앉은 유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고 위로한 뒤 자리에 앉았다. 영결식 내내 굳은 표정이었으며,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조사 낭독 때는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장례 절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조사(弔詞)를 직접 낭독하지는 않았다.
해군 의장대 208명이 도열한 가운데 호위병 2명의 선도로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를 앞세운 운구행렬은 용사들의 영현과 영정, 위패, 훈장, 운구함 순으로 이동했다. 유가족들과 함께 2함대를 영원히 떠난 46용사의 영현은 이날 오후 3시께 국립대전현충원 사병묘역에 안장된다.
같은 시각 해군 모든 함정의 승조원들은 정복 차림에 함정의 뱃전에 도열,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대함경례'도 올렸다. 또 서해 백령도 침몰해역에서도 육·해·공군 장병대표, 백령도 주민과 학생들이 국화꽃을 바다에 띄우는 해상헌화 및 진혼식에 이어 마지막 길을 떠나는 호국영령들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쓴 추모글을 바다에 던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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