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웨이팡과 의성

웨이팡시는 인천공항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칭다오국제공항에서 다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가면 닿는 도시다. 인구 800만 명에 산둥 성에서 네 번째로 크다고 하니 중국 도시치고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런데 해마다 4월이면 이 중소도시에서 전 세계 50여 나라에서 수천 명이 모여드는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다. 중국 10대 축제의 하나로 꼽히고, 국영 CCTV가 개막식을 생중계할 정도이니 대회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겠다. 지난 20~22일 열린 올해 대회에는 칭하이 성 강진과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란 대내외 악재로 참가 선수가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10개가 넘는 나라에서 300여 명이 참가했다.

농산물과 면직물이 많이 나고, 인근의 태산을 비롯해 적잖은 명승고적을 갖고 있는 역사문화도시라고 하지만 웨이팡은 한마디로 연(鳶)의 도시인 것이다.

'세계 연의 수도(首都)'라고 선포했고, '국제풍쟁연합회'(IKF)라는 국제기구를 설립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세계 유일이라는 연 박물관에는 1천여 점의 연과 함께 연에 대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연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 기록인 김유신 장군과 비담의 고사도 소개돼 있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것이 중국 연 덕분이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웨이팡이 연으로 먹고산다는 점이다. 유독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지속적인 수요에 힘입어 중국 최대 연 생산지로서 자리를 굳혔다. 올해 27회를 기록한 국제 풍쟁회(風箏會)가 겉으로는 연날리기 대회이지만 속내는 연 산업 박람회이자 투자 유치 대회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의 양상이 국가를 뛰어넘어 도시 간 경쟁으로 옮겨간 지는 오래됐다. 저마다 캠페인과 슬로건을 포함한 브랜딩 사업에 열을 올린다. 영화를 활용하기도 하고(서울광장에서의 '아이리스' 촬영) 고장이 낳은 걸출한 인물에 기대기도(이순신 장군을 활용한 아산, 여수, 통영) 한다.

대구경북에서도 도시 마케팅은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안동은 일찌감치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임을 선포했고 탈춤축제 특화에 성공했다. 의성은 연에 주목하고 있다. 민간 중심의 연날리기 대회를 30년 이상 개최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연 축제를 준비 중이다. 웨이팡보다야 많이 뒤처졌지만 청출어람을 기대해본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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