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목골목 순찰, 주민은 안심…휴식부족, 경찰은 피로

파출소의 부활 장점과 과제는

대구 중앙파출소가 7년 만에 부활됐다. 29일 오전 근무자들이 소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중앙파출소가 7년 만에 부활됐다. 29일 오전 근무자들이 소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찰청이 전국 지구대 308곳을 없애고 파출소 691곳을 신설키로 함에 따라 대구에는 29일 지구대 6곳이 없어지고 파출소 19곳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대구경찰은 37개 지구대, 8개 파출소에서 31개 지구대, 27개 파출소 체제로 바뀌면서 2003년 8월 도입된 지구대가 힘을 잃고 있다.

◆파출소 부활의 장점

28일 대구 달서구 파도고갯길 두류파출소를 찾았다. 이곳은 수성구 파동파출소와 함께 지난해 11월 지구대에서 분리됐다. 연립주택과 빌라 등 주택가가 밀집해 파출소로 우선 전환 대상이 된 곳으로 성당1동 및 두류1·2동을 관할하고 있다.

파출소 순찰차에 동승해 경찰관들과 함께 현장을 누볐더니 50분 동안 경찰관들이 순찰하는 구역은 3차례 반복됐다. 김민창 경장은 "취약지역이라 판단되는 곳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는데다 지구대 시절과 달리 동일한 경찰관이 동일한 곳을 반복해 순찰하기 때문에 주민들과 친밀감 형성에 유리하다"고 했다.

실제 경찰관들은 동네에서 작은 공사가 있거나 조금만 달라진 점이 있어도 현장을 확인하고 점검했다.

오윤환 경위는 "주민들이 경찰관을 자주 볼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고들 한다. 경찰관들은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과 주택가를 훤히 꿰고 있다"고 말했다.

파출소의 장점은 지구대 체제보다 관할구역이 좁아 주민들과 밀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대에 비해 관할 구역이 30% 정도에 불과해 현장에 빨리 출동할 수 있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경찰관이 돌아볼 수 있다.

김용근 소장은 "파출소의 장점은 접근성"이라며 "경찰도 주민들과 가까워져 좋고, 주민들 또한 치안환경이 나아졌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파출소 부활의 과제

경찰관들은 "경찰 인력이 10년 이상 거의 늘지 않았는데 이를 고려치 않고 파출소 체제로 전환하다 보니 근무 인원이 너무 빠듯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근무 체계가 바뀐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지구대 시절 4조 2교대에서 파출소 체제에서는 변형된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지구대의 경우 주간근무(오전 9시~오후 9시), 야간근무(오후 9시~오전 9시), 비번(야간근무 이후 취침), 휴무(쉼) 형태로 4일씩 반복되는 반면 파출소는 주간근무(오전 9시~오후 7시)로 사흘간 일한 뒤 야간근무(오후 7시~오전 9시)와 비번을 교대로 6일간 지속해야한다. 생활리듬이 깨져 피로도가 높아지기 십상이라 경찰관들의 불만이 크다.

두류파출소의 경우 26명으로 다른 파출소에 비해 인력이 많은 편이다. 파출소장과 경찰서와 교신을 취하는 직원 1명을 제외한 24명으로 근무조를 편성하는 이곳은 8명이 3개조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2인 1조씩 '순찰, 상황근무, 휴게'를 2시간씩 반복하는 하루 근무 여건상 '휴게'를 날리기 일쑤다.

순찰차 2대(1대당 2명)와 파출소 지령 전달 및 대민 업무를 담당하는 상황근무(2명) 인원 6명이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데다 경찰관들의 개인적 사정으로 '휴게 시간'을 못 챙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사 적체는 더 심각하다. 두류 파출소는 파출소장을 포함, 중간 간부급인 경위(10명)와 경사(9명)가 전체(26명)의 3분의 2를 넘고 있다. 경장과 순경은 다해봐야 7명이다.

인사 적체는 장기간 인력 충원이 없었던 경찰조직 전체의 문제라고 한다. 그 때문에 향후 파출소 전환을 확대할 것이라는 경찰청장의 공언에 대해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걱정을 하고 있다.

인력 확보 없는 무리한 근무 체계 개선은 경찰관 건강과 복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파출소 체제가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범죄 발생률을 떨어뜨리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명감만 강조하기엔 경찰관의 피로도가 너무 커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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