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남쪽의 광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의 동북부에 위치한 계림(桂林, 꾸이린)은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관광지다. 예로부터 계수나무가 많아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도시답게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기 시작하면 계수나무꽃이 만개해 그 달콤한 향기가 사방에 퍼지는 계수나무의 도시이다.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과 유유히 흐르는 이강(離江)이 조화를 이루는 계림은 기원전 214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이곳에 '계림군'(桂林郡)을 세웠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한족과 함께 장족, 묘족, 요족, 동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산, 물, 동굴, 돌 등 다양한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계림은 예로부터 중국에서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계림의 산수는 하늘 아래 제일이다)로 불려왔다. 고대 시인들로부터 현재의 세계 유명 정치가들과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계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연일 수많은 내외국인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원래 계림은 3억6천만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이었지만 1억5천만년 전에 있었던 지각변동으로 인해 육지로 솟아올라오며 형성된 곳이다. 이 때문에 계림을 둘러싸고 있는 해발 100m 정도의 고만고만한 산들은 한국의 산과는 달리 완만한 경사 없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흙산이 아닌 돌산이다.
#계림 여행의 핵심 이강(離江) 유람
이강을 보지 않고 계림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이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강 양쪽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봉우리들이 그려내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은 계림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총 길이 170㎞의 이강 코스 중 계림에서 양삭(陽朔, 양수오)까지의 약 80㎞ 구간에 대부분의 볼거리가 몰려 있는데, 눈앞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에 취한 채 이강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재미있는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까마귀와 비슷하게 생긴 가마우지는 이강에서 살아가는 어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산이다. 가마우지는 입으로 물고기를 잡는데 일단 물고기를 잡으면 바로 목으로 넘기지 않고 새끼에게 가져다 먹이기 위해 입 속에 담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을 이용해 가마우지의 목에 줄을 감아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한가로이 거니는 소떼들과 조그만 대나무배에 앉아 낚시를 하는 어부 등 다양한 풍경을 보며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종유동굴인 관암동굴(冠岩洞窟)에 다다른다.
관암동굴 내의 길이는 12㎞에 이르지만 이 중 3㎞ 정도만 개발돼 있는데 그래도 규모가 엄청나다. 3층으로 나누어져 있는 내부를 모노레일, 보트 등을 이용해 이동하며, 한쪽에는 30m 높이의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다.
1995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호가 잘 돼 있는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을 한 종유석들이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오랜 세월 동안 가꾸어온 아름다움을 관광객들에게 뽐내고 있다.
관암동굴을 감상한 후 다시 유람선에 올라 한참을 가면 유람의 종착역인 양삭에 이르게 된다. 양삭은 계림에서도 으뜸인 산수를 자랑하는 작은 마을이다. 기이한 봉우리들이 밀집해 있어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에 좋고 유람선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1㎞가량의 서가(西街) 골목에는 기념품'골동품 가게, 카페, 식당 등이 모여 있고 주변으로 저렴한 숙소들이 많아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머문다.
양삭의 또 다른 볼거리로 대용수(大榕樹)를 꼽을 수 있다. 용수나무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 가지에서 기근이 내려 지주근이 되는 식으로 뻗어가는 나무인데, 이곳의 용수나무는 약 1천년 전에 뿌리를 내린 후 아직도 끊임없이 가지가 자라며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어 '대용수'라고 불린다. 멀리서도 그 형상이 뚜렷하게 보일 만큼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계림시와 인근 볼거리
이강 유람이 계림 여행의 주목적이긴 하지만 계림시와 그 인근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다. 그 중 으뜸은 계림을 소개하는 책자나 엽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비산(象鼻山)으로, 산의 모양이 코끼리가 코로 물을 마시는 형상과 비슷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계림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보고 싶다면 계림시 동쪽에 위치한 요산(堯山)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계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요산은 돌산인 다른 산들과 달리 흙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정상까지는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고 반쯤 내려와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해가 저물고 난 후 계림 시내로 나가면 큰 도로 위에 차 대신 수많은 노점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 사이를 거닐며 군것질을 하거나 기념품 등을 사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상하이의 야경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양강사호의 야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더없는 행복을 준다.
김종욱(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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