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 무월경· 생리통· 자궁과 난소의 양성· 악성 종양 등 치료
요즘은 교외에 한창 피는 복사꽃(peach blossom)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영덕군 지품면 일대처럼 '무릉도원'을 이루는 곳은 흔치 않다. 보통 영덕 하면 대게를 떠올리지만 복숭아의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안동과 청송을 지나 영덕군에 들어서면 오십천을 따라 펼쳐진 복사꽃 물결은 장관이다.
동양에서는 이상향의 상징을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하여 복숭아와 연관지었다. 삼국지에서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곳도 유비의 집 뒤뜰 복숭아밭이다. 그만큼 복사꽃은 예부터 우리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복숭아나무는 물이 잘 빠지고 모래나 자갈이 있는 비옥한 사질토양과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란다. 복숭아는 원산지인 중국에서 처음 재배하기 시작해 지중해 연안의 여러 국가로 퍼진 뒤 다른 유럽 지방과 아메리카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사과와 배 다음으로 중요한 과수로 미국과 이탈리아가 세계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의 영덕'청도, 전북의 완주'남원, 강원의 원주, 충청의 연기'음성과 경기의 장호원'화성'여주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복숭아는 우리 조상들이 여름철 복중에 많이 먹은 과일로,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 및 정장 효과가 뛰어나다. 한의학에서는 한약재명으로 도자(桃子)라고 하는데,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다. 진액을 생성하게 하고 대장을 윤활하게 하여 대변을 잘 보게 한다. 어혈(瘀血)을 풀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어혈로 인한 복부의 적취(積聚, 몸 안에 쌓인 기로 덩어리가 생겨서 아픈 병)를 없애 주는 효능도 있다. 복숭아 껍질의 특수한 성분은 해독작용을 하고, 유기산의 작용으로 니코틴을 제거하며 독성을 없애 준다. 따라서 복숭아는 흡연자의 폐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타민 A를 함유하고 있어 시력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복숭아는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에 저항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칼륨이 많아 혈압을 내려주므로 고혈압, 심장병 환자에게 좋은 과일이다. 포도당이나 사과산, 구연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식욕을 증진시키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복숭아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열성 체질보다는 냉한 체질, 특히 소음인에게 잘 어울리는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숭아나무의 성숙한 열매를 6, 7월경에 따서 과육과 씨앗의 딱딱한 껍질을 제거하고 속씨를 취해 말린 것을 한약재명으로 도인(桃仁)이라고 한다. 한의학적으로 도인은 성질이 평(平)하며, 맛은 달고 쓰다. 부녀자의 어혈과 무월경, 생리통, 자궁과 난소의 양성 및 악성 종양 등을 치료하는데 이용된다. 변비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고 만성기침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으나 주로 어혈을 치료하는 약재이므로 신중하게 응용해야 한다.
복숭아는 꽃이 예쁘고 과일 맛이 좋아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하지만, 도인은 약의 성질이 강하다. 한방에서도 도인은 어혈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약재로 과량을 사용하지 않으며, 노약자나 소아는 신중히 사용한다. 특히 임신부는 유산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도인으로 기름을 만들어 만병통치약처럼 식품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씨앗에는 독성을 지닌 청산배당체(amygdalin)가 함유돼 있다. 설사를 심하게 유발하거나 위장관 출혈을 일으킬 수 있어 식품으로 판매가 금지돼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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