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수가 인양되던 24일, 판문점 안보견학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른 새벽부터 6시간을 달려 도착한 제3땅굴. 1978년 서울까지의 거리가 52㎞밖에 안되는 지점에서 발견되었다는 곳, 파주에 위치한 이 땅굴은 길이 1,635m, 너비 2m로 완전무장한 병력 3만명이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규모이다.
땅굴 입구 조형물 앞에서는 외국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쁜 걸 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우리 국민들에 비해 이것도 그들에게는 한낱 관광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왠지 내가 이방인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도착지는 도라전망대. 비무장 지대 안에 위치해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이곳에서는 북한의 선전마을 농토 등이 한눈에 보였으며 망원경으로는 개성 시가지 일부와 개성공단, 김일성 동상까지 볼 수 있다. 선전마을의 유난히 큰 인공기가 분단 국가임을 소리없이 전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차량행렬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채로웠다. 드디어 도착한 판문점.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에 나오는 배우 이병헌처럼 모든 근무병들이 색안경을 끼고 있어 영화의 장면들이 문득 떠올랐지만 영화와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안내자의 설명에 순간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아들 또래의 나이에 부동자세를 취하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보니 새삼 어른으로서 책임이 느껴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에서처럼 10㎝ 남짓한 콘크리트 벽이 50여년동안 남과 북을 갈라놓은 군사분계선이라니 통탄할 일이 아닐수 없었다.어린아이도 넘을 수 있는 저 낮은 표식이 절대로 넘을수 없는, 그래서 대한민국을 세계유일의 분단 국가로 만들고 있는 '벽'이라니 분단 국가 국민의 아픔이 실감 되는 순간이었다.
도끼만행사건이 있었던 미류나무터.포로교환이 있던 돌아오지않는 다리 등을 돌아보면서 과연 대한민국민으로서 해야할일이 무엇인가 하는 사명감이 들어 숙연해지기도 했다. 견학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바라보니 태극기와 인공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대형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비무장지대 우리측 관할 대성동 자유의 마을. 그리고 더 큰 인공기가 펄럭이는, 이웃동네 같은 북측 관할 기장동 선전마을. 겉으로는 저렇게 평범한 시골마을인데도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자유의 집앞 목련꽃은 저리도 곱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 근처의 신록은 저리도 푸르르며, 자유로에 만발한 벚꽃은 저리도 화려한데 판문점의 진정한 봄은 그 언제나 오려나?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글·사진 홍수미 시민기자 hsm3073@hanmail.net
도움: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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