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가족의 한때 모습은 섬뜩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눈에 익은 흑백사진은 균열이 일어나고 단색조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아기의 귀여운 웃음은 작가의 찢어 붙이기에 의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림이 늘 행복하고 감동적일 수만은 없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30년간 독특한 화풍으로 '인간'을 그려온 안창홍은 이미 덧씌워진 포장을 벗겨내고 날것 그대로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단란한 한 가정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상처받고 와해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국 인류사라는 것이 권력자에 의해 기록되는 피해의 기록이니까요."
작가의 발언은 직접적이다. 그래서 작품도 직접적인 화법이다. 일그러지고 칼로 도려낸 옛 사진들은 이렇듯 시간 속에 상처받아온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30년간 '사람'에 천착해온 것은 왜일까. "예술이란 게 어차피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인간을 통해서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설득력 있지 않겠어요?"
'부서진 얼굴', '얼굴' 연작들이 질곡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베드 카우치' 연작은 그래도 살아남아 희망을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다. 직업 모델이 아닌 작가 주변인을 모델로 삼아 소시민들을 표현하고 있다. 긴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누드의 인물을 그린 작품은 건강한 육체의 아름다움과 그 숭고함을 역설한다.
'헤어스타일 콜렉션'은 한 인물을 스무 가지 이상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하나의 인물 속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타자를 그려내고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서로 다른 감정과 취향, 개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연작 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22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053)424-220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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