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호전? 서민층엔 남의 일…대구경북, 금융위기 수준

고용 없는 성장 탓 체감경기 바닥권…제조업 지수는 8년만에 최고치

식당을 운영하는 박지영(42·여)씨는 요즘 가게 문을 닫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일하던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주방과 서빙까지 도맡아하고 있는데도 사정은 나아질 줄 모른다. 박씨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다"며 "주변의 다른 업주들도 '돈이 안 돈다'며 아우성"이라고 푸념했다.

경제 회복세가 완연하다. 수치 상으로는 그렇다. 정부의 재정투입과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거시, 금융, 실물 부문의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으로 돌아갔다. 한숨 돌린 기업들도 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 사정이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 경기 날씨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기업 경기는 나아진다는데…

성서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인 ㈜영진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면서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잇따른 신차 출시를 앞두고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1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올 들어 달러값 상승과 완성차 판매 증가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8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3으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02년 2분기 114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생산과 가동률, 신규수주 실적 BSI도 모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내수 경기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는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상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3%p 늘어난 352억2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늘어나면 수출이 증가하고 내수 경기도 활성화될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건설 경기 실종

서민층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탓이 크다.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면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실업률을 보면, 대구는 4.4% 경북은 3.1%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금융위기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제활동참가율도 59.5%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p 하락했고, 취업자 수는 240만1천명으로 1천명이 줄었다. 특히 서민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건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취업자 수는 각각 1만3천명, 3만9천명 감소했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도 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달 말 현재 대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에 비해 0.1% 오르는 데 그쳤고 경북은 아예 제로(0)였다. 전국 평균 상승률인 0.3%에 비교해도 크게 못 미친다. 반면 미분양 아파트는 2월 말 현재 2만8천377가구로 전국 물량의 24.4%나 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심리가 강해지지만 위축되면 소비에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생활 물가 오르고, 자영업자는 벼랑 끝에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개 기본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올 1월 3.8%(전년 동기 대비)가 오른 것을 비롯해 2월 3.4%, 3월 2.9%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0.6~0.7%p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월에 비해 배추는 54.4%, 피망 55%, 풋고추는 32.9%나 가격이 올랐다. 파와 감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1.9%와 42.3% 비싸졌다.

서민층이 다수인 자영업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크다.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조사한 소상공인 경기동향(BS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의 체감수익성지수는 74.6으로 9월의 77.1보다 떨어졌다. 특히 대구는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대구의 자영업자 비율은 23.5%로 서울 21.7%, 부산 22.9%, 대전 20.8%, 인천 19.9%, 광주 22.8% 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대은경제연구소 부기덕 부소장은 "자영업자들이 수년째 계속되는 불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개·폐업이 반복되고 있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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