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코미디 황제' 밥 호프

그렇게 사랑받은 코미디언은 없었다. 밥 호프(1903~2003)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국민 코미디언'이었다.

1903년 오늘,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5세 때 미국으로 이민왔다.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춤추고 떠들기 좋아했지만 행실 바른 아이는 아니었다. 주먹을 휘두르다 소년원까지 갔다왔는데 훗날 소년원에 거액을 기부한다. 1935년 라디오에 출연하면서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명성을 얻어 1994년 91세로 은퇴할 때까지 연예계를 종횡무진했다.

국민 코미디언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의 위문공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 등에서 1천만 명의 미군 앞에서 공연했다. 북진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26일 원산에서 위문공연을 벌였다. 돈에는 인색해 거부가 됐지만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기부했다. 골프를 좋아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골프 친구였고 1960년부터 PGA '밥 호프 클래식'을 열었다.

2003년 100세 생일을 앞두고 "늙으니까 혈액형이 없어졌네"라며 녹슬지 않은 재치를 보였다. 마지막 남긴 말도 걸작이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이 장지를 어디로 할까라고 묻자, '나를 놀라게 해봐'라고 했단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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