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다. 100년 전 일제가 한반도 수탈을 위해 부산에 항만을 건설하였고, 6'25전쟁 때에는 군수물자 보급이 이곳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후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함께 부산은 본격적인 성장을 했다. 즉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구한 개발 시대에 부산은 대한민국의 관문항 역할을 하면서, 제2의 도시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였다.
부산항이 세계적 항만으로 성장한 데는 3가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였다. 첫째로,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동해바다가 '무력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변하면서, 동북아의 항로와 거점항만에도 변화가 있었다. 싱가포르-홍콩에서 출발하여 미국 LA로 향하는 선박이 일본의 요코하마나 고베보다 부산을 거쳐 동해바다로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둘째, 1995년 고베항이 규모 7.2의 강진으로 인해 몰락하면서 물동량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세 번째 요인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은 했지만 항만시설 부족으로 인해 부산항에서 환적을 하여 세계 각지로 화물수송을 하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부산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을 자랑하였다.
한편 지저분한 항구도시였던 부산은 도심에 널려 있던 컨테이너 야적장을 양산 복합화물터미널로 내보내면서 도시디자인에 착수했다. 부산영화제가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에 아름다운 야경조명을 갖췄으며, 여름철 해수욕장으로만 이용되던 해운대는 호텔 등 각종 레저시설을 유치하면서 사계절 관광지로 변모했다. 부산 발전의 하이라이트는 2005년 아태지역 21개국 정상이 참여한 APEC정상회담의 개최와 세계최대규모의 백화점과 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들어선 센텀시티의 건립이었다. 부산의 꿈은 계속 이어지고,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대등한, 아니 이들을 능가하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로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비록 2016 대회 유치에 고배를 마셨지만, 2020년을 향해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질주에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덕도 신항만이 경상남도와 명칭 문제로 다투고 있는 동안 세계 3위이던 부산의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은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또한 중국의 톈진, 칭다오, 다롄항 등 지역 항만들이 질주해오고 있다, 일본 항만들도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가덕도항이 물동량 부족으로 추가항만공사를 중단하면서, 시내에 있는 기존 북항 일대를 시민친수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항만이 약화되면서 부산의 경제 활력도 떨어져, 청년실업률은 10%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인근의 산업도시 울산이 친환경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주거'교육'문화 등에서 부산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있다. 금년 말 KTX 2단계가 개통되면 울산은 서울과의 직접교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창원'마산'진해가 인구 108만 명의 거대 통합시로 자립의 길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항과 부산 경제의 경쟁력 하락 원인을 김해공항의 한계에 있다고 보고, 태평양의 강풍에 노출된 가덕도 앞바다에 신국제공항 건설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산 경쟁력 하락의 주된 원인은 공항보다는 배후지역의 문제이다. 부산이 경쟁도시로 생각하는 홍콩은 중국 남부의 인구 4억5천만 명이 사는 9개 성(省)을 배후지역으로 가지고 있고, 싱가포르는 아세안 10개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부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산과 삶을 같이하는 넓은 배후지역부터 확보해야 한다.
부산의 1차 배후지역은 영남권이다. 울산 경남은 물론이고 대구경북을 끌어안아야 한다. 나아가서는, 광주 전남까지도 포괄하는 우리나라 남부지역 광역경제권을 형성하여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은 뒤뜰인 가덕도에 자기만을 위한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닫힌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산 일각에서는 '부산독립'을 외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부산은 결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도시국가가 아니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자칫 잘못하면 인천에 제2의 도시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하루속히 열린 마음으로 대한민국 남부경제권의 리더도시가 되기 위한 큰 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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