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는 LCD모니터 개발업체인 ㈜히가리이노비젼이 최근 대박을 쳤다. 러시아 대통령까지 한눈에 반한 기술력을 무기 삼아 러시아 PC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 이어 미국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조만간 '큰일'을 낼 것이라는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
◆8명이 이뤄낸 신화
히가리이노비젼은 2003년 2월 설립됐다. 대구산업정보대학 창업보육센터의 16.5㎡(5평) 남짓한 공간에 처음 둥지를 틀 당시 직원은 2명. 강신욱 대표는 "2명이 5평 공간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대구TP로 회사를 옮겼고 구미와 서울 영업사무소까지 합하면 1천650㎡(500)평이 넘는 공간이 생겼다"고 했다.
외형은 여전히 직원 8명뿐인 작은 벤처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가 가진 잠재력은 웬만한 중견기업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4월 29일 이 회사에 엄청난 일이 생겼다. 히가리이노비젼의 러시아 현지 파트너사 생산공장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대통령이 공장을 방문한 것은 히가리이노비젼이 개발한 올인원 PC(All in One PC'모니터에 본체를 합체한 일체형 PC)를 보기 위해서였다. 강 대표는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 회사가 개발한 올인원 PC인 'Kraftway'를 보고는 교육과 의료, 관공서의 주요 PC를 모두 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 내용을 담은 기사가 러시아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히가리이노비젼의 'Kraftway'는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의 주요 국영은행과 학교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올 8월까지 2만5천대의 PC 수출계약이 맺어져 있다. 금액만 200억원에 이른다. 그는 "러시아는 현재 정부 주도의 '현대화 사업'이 한창이며 향후 3년 동안 은행'학교'관공서 등에 총 15만여대의 PC(의료용 모니터 포함)가 교체될 예정"이라며, "러시아 PC 시장을 공략하는 데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은 큰 힘이 될 전망이며, 현재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도 우리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반했다
이 회사 올인원 PC가 도대체 어떠하기에 러시아 대통령의 눈을 사로잡았을까? 강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에 가까운 보안기능, CPU'메모리카드 등의 PC 핵심부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점, 윈도7에 적합한 멀티터치 기능 등을 꼽았다.
그 중 보안성은 최고다. 본체에 지문인식 기능과 RF(Radio Frequency) 카드인식 기능이 있어 중요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며 철저한 보안인증을 통과해야만 전원이 켜진다. 자동차의 스마트키 방식으로 반경 1.5m에 보안카드를 소지한 사용자가 있으면 전원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꺼지는 등 똑똑함도 이 PC가 가진 장점이다.
윈도7에 기반을 둔 멀티터치 스크린 기술도 굉장하다. 작업 중인 문서를 열어 손가락으로 메모를 붙이거나 그린 그림을 저장하고, 이메일 전송, 동영상 재생, 인터넷 등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손가락 터치 한번으로 수행하는 PC는 'Kraftway'가 단연 세계 최정상급이다. 강 대표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0'에서 전시기간 내내 밀려드는 해외바이어 상담에 '혼쭐'이 났다"며 "전시회 이후 MS에서 함께 손을 잡을 생각이 없느냐는 요청이 들어왔을 정도"라고 했다.
◆3년 내 1천500억원 매출 목표
히가리이노비젼은 러시아는 물론 미국 등의 해외시장을 발판으로 3년 내 1천500억원의 연간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인 150억원의 10배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올까?
강 대표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우수한 기술력"이라고 답했다. 이 회사는 매년 총 매출의 30% 이상을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올인원 PC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확장성과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불가 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연구개발 덕입니다. 얼마 전엔 무안경 방식의 3D 입체영상기술을 개발했지요. 이것도 '대박'을 안겨다 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민도 많다. 지역에서는 우수한 기술인재를 구하기가 쉽잖아서다. "지역에 인재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번 채용을 시도했는데 쓸만한 인재는 대부분 대기업 수준의 높은 연봉을 원하고 있어요. 설립한 지 7년이 넘도록 전 직원 수가 8명인 또 다른 이유입니다." 강 대표는 "앞으로 매출 여건이 좋아 사업을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연구소를 하나 더 설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의 '신분'으로 해외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그의 불만 중 하나다.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한들 해외에 먹히려면 '간판'도 중요하더군요. 러시아에서 매번 묻는 것이 이 정도 기술 있는 회사가 왜 서울이 아닌 대구에 있느냐고 합니다. 대구가 이 분야 최고라고 대답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구시도 나서줬으면 해요." 그래서 강 대표는 최근 2010 대구시 스타기업에 응시를 했다. 그나마 '대구시가 인정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싶어서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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