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왕비의 성공투자 다이어리] <14> 주거의 변천

"주택, 삶의 질 중심으로 바뀔 것"

1986년대 말에서 1990년 2월 말까지 3년 2개월 동안 전국 도시지역 주택 매매가격은 47.3%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세값은 이보다 34.9%포인트 높은 82.2%나 올랐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우려되던 시절이었고 이에 정부는 전세파동보다 물가대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국민의 절반은 셋방살이 신세로 집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어야 했다. 서민들은 해마다 전세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외곽으로 밀려났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매년 오르는 집세를 충당하기도 어려웠다.

아버지, 어머니는 뼈 빠지게 일해 자식을 무조건 좋은 대학에 보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만이 삶의 꿈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살 만했다. 아버지 혼자서도 4, 5명의 자식을 먹여 살리고 공부도 시켰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세상이 모두 변했는데 먹고살기는 더 어려워졌다. 맞벌이를 해도 자녀 한두 명 교육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우리의 부모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80~90년대에는 주거의 대명사는 단독주택이었다. 2층 단독과 3, 4층짜리 다가구주택은 당시 도시 골목을 바꿔놓았다. 다가구주택이 전·월세 시장안정에 일정하게 효자노릇도 했지만 무분별한 건축으로 도심슬럼화를 초래할지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다가구 주택 건축 때를 들여다보면 임대 다가구주택건설 촉진을 위해 당시 한 동당 건축면적 100평 이하 3층 이하인 건축규제를 20평 이하 4층 이하로 완화했다. 또 ▷건물분 재산세 대폭완화 ▷다가구주택 취득 때 100평 초과 호화주택에 적용되는 취득세 7.5배 중과배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규모 확대 ▷다가구주택건설 자금 지원 등 전·월세용 다가구주택 건설 촉진을 위한 대폭의 규제 완화 지원책은 주거문화 변천의 계기가 됐다.

예로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도 봉천동, 사당동 등 달동네에는 움막이 즐비한가 하면 "네 성북동입니다. 방배동입니다. 삼청동입니다"라고 가정부 아줌마가 전화를 받을 때 부르는 부의 상징인 동네도 있었다.

부자동네와 서민의 집들은 도시가 개발되고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확대와 함께 주거의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전쟁 이후 슬럼화된 도시에 사람들은 다닥다닥 슬래브집을 지으면서 주거의 변천을 시작했고, 80, 90년대 주거는 단독 위주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요즘 주거의 대표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아파트까지 산업화에 따라 주거문화는 바뀌었다. 인구의 증가에 따른 주택수요 급증은 전세제도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서민주거형태를 만들게 되고'로또'로 불리던 주택뽑기 당첨제도는 오늘의 청약종합저축으로 바뀌게 됐다. 그 사이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963년 100달러, 1973년 1천달러, 1995년 1민달러에서 오늘날 2만달러에 이르기까지 향상됐다. 국민소득과 부동산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화했듯이 주거 트렌드는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과거 주거는 생존을 위한 집이라면 앞으로는 편하게 사는 것, 삶의 질이 중심이 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 읽은 빌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란 책을 보면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50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한다고 했다. 미래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맞을 주거의 트렌드는 어떤 것일까?

권선영 다음(Daum)카페 왕비재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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