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는 목표점에 도달한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최선을 다했으나 기회를 놓친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당선했다고 우쭐댈 필요도 없지만 낙선했다고 낙담할 이유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단지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그 사람의 인물과 능력, 자질이 시장'군수'구청장직을 수행함에 있어 결격사유는 없는지 단순히 가리는 면접 무대일 뿐이다. 본격적인 검증은 지금부터다.
당선자들은 이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4년간 목민관(牧民官)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해야 한다. 공약을 어떻게 충실하게 실행에 옮기고, 중요한 새 정책들을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지를 마음 깊이 새기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승리의 달콤함에 젖어 유권자와의 약속을 게을리하거나 지방권력으로 주민 위에 군림하려 할 경우 4년 후 어김없이 또 다른 관문과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시장'군수'구청장이 된 까닭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몇 만 명에서부터 몇 십만 명의 주민들을 이끌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는 자리다. 말하자면 CEO다. 기업 CEO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선거를 통해 뽑힌 경영자다. 권력과 부를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성공의 뿌듯함과 명예를 얻기 위해 일하는 자리다. 당연히 지역 발전을 위한 남다른 사명감과 헌신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저명한 미국의 컨설턴트 패트릭 렌시오니는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실패한 CEO가 아니라 성공한 CEO가 되라"는 주문이다. 그러려면 CEO가 빠지기 쉬운 유혹들을 극복해야 한다.
먼저 자기 자리를 유지하려는 열망에서 탈피해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을 꿈꾸면서 스스로 세운 목표를 망각하고 단지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면 주민 입장에서 그보다 더한 불행은 없다. 인기를 유지하려는 욕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공무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목적으로 일할 게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존경받기 위해 발벗고 뛰어야 한다. 또 명쾌하게 일해야 한다. 모든 책임은 CEO에게 있다. 잘못된 결정에 대한 위험부담을 지는 것도 CEO의 몫이다. 안으로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밖으로는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열정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함께 길을 찾는다면 더 이상의 해법은 없다. 고된 선거전을 치르고 맛본 당선의 감격에 어떤 의미와 이유가 담겨 있는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관은 백성과 가장 가까운 직책이기 때문에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덕행, 신망, 위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부와 명예를 탐내지 말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민의를 잘 수렴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고 '율기'(律己) 편에서 강조했다. 율기는 '몸을 다스리는 원칙'이다.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이자 목민관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4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훌륭한 목민관인지 아닌지 검증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백성들이 목민관이 떠나가는 것을 슬퍼하고 길을 막아선다면 훌륭한 목민관이라 할 만하다"고 다산은 말했다. 이번에 당선된 시장'군수'구청장 중 과연 몇이나 4년 후 자리에서 물러날 때 주민들이 슬퍼해주고 길을 막아서는 감동을 맛볼지 알 수 없다. 평소 늘 주민들 옆에 서 있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했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유혹들을 극복하고 자기를 잘 다스린다면 4년 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기회는 한 번밖에 없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치열하게 일하면 적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위에 현혹돼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세월만 죽인다면 표는 물론 어느 누구도 당신의 이름을 더 이상 불러줄 일은 없다. 윗전 눈치 살피지 않고 소신껏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 그리고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다.
徐琮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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