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 바실리 칸딘스키의 구성 No.8

직선'둥근곡선의 교차·다이내믹한 음악선율의 추상적 기법

현대미술이 대중화되면서 미술관을 찾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미술전시를 개최하다 보면 갤러리를 찾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이 추상화는 도대체 뭘 그려 놓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라는 푸념 섞인 말들이다. 사실 미술관 큐레이터나 도슨트(안내원) 역시 전시장의 모든 추상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작가들도 자기 작품을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고 하니 추상회화는 말 그대로 참으로 추상적이다.

현대미술의 가장 주된 표현 양식인 추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가 대표적인 개척자다. 당시 화가들은 미술이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추상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굳이 사물의 사실적인 모습을 재현하려 애쓰지 않고, 단지 작가 내면의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모스크바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30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 칸딘스키(1866~1944)는 바우하우스 시절에 확립한 자신의 회화 이론을 바탕으로 순수 추상회화의 세계를 확립했다.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1910) 출판 이후 바우하우스의 강의록을 기초로 출판한 《점'선'면》(1926)이라는 이론서에서 그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표상의 세상은 점, 선, 면으로 구성돼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매우 자유로운 구도의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는데 '인상, 즉흥, 구성'이라는 세 가지의 제목으로 분류된다. 〈인상〉(Improvisation)은 대상을 평면적으로 이용해 새로운 표현을 전개하고, 〈즉흥〉(Improvisation)은 내적 필연성이 무의식적'우발적'음악적으로 표현되는 상태이며, 〈구성〉(Composition)은 1910년 최초로 발표한 이후 죽음에 이를 때까지 10점이 제작돼 칸딘스키 예술의 중핵을 형성하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1923년 그린 〈구성 No.8〉은 칸딘스키가 추구한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날카로운 직선과 둥근 곡선들은 조화롭게 교차하고, 크고 작은 원형들은 풍부한 색채와 어우러져 마치 공간에 울려퍼지는 다이내믹한 음악의 선율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렇듯 칸딘스키의 추상 회화는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감상자의 영혼을 진동시켜 주는 마법을 담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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