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가 법인화 추진에 나서면서 학내 구성원 간의 찬반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본부가 법인화 방안을 담은 '경북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지난달 31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하면서 교수회를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측은 법인화만이 '지방 국립대'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구성원 설득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법인화안이 관치를 강화하고 국립대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는 졸속안이라며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경북대가 지방 국립대 중 가장 먼저 법인화안을 추진하고 있어 '경북대 법인화'가 대학가의 또 다른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경북대 법인화 방안
경북대 본부 측이 밝힌 법인화의 핵심은 자율성 확보를 통한 재정 확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위상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 재정 확충을 위해 자율적으로 각종 수익사업에 나설 수 있다"며 "재정 규모가 커지면 우수 연구진 및 연구 시설 확충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이 공개한 법인화 안에 따르면 법인화 이후 학교 운영권과 총장 선임권 등을 이사회에서 갖게 되며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및 집행부 견제를 위한 평의원회가 구성된다.
또 수익 사업 방안으로 ▷기술지주회사 설립 ▷토지 및 건물 대여료 수입 ▷국제어학원 및 어린이 영어교육원 신설 ▷첨단 IT 교육센터사업 ▷친환경 기능성 농산물 생산 및 가공사업 ▷공개강좌 운영 확대 등을 꼽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현재 경북대 총 자산이 9천879억원 수준으로 흩어져 있는 각 캠퍼스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재정 확충과 함께 캠퍼스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인화 이후 5년 내 교수 정원을 1천100명에서 1천588명으로까지 늘릴 수 있으며 18명 정도인 외국인 전임 교수도 100명까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인화 반대 의견은
경북대 법인화에 대해 교수회와 직원 노조 등은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인화 방안이 실현되면 관치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경쟁의 논리가 도입돼 기초 학문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재정 확충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재정 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경영 합리화'를 내세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형기 교수회 의장은 "이사와 감사를 정부에서 파견하면 오히려 관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우려가 있으며 한국에 앞서 법인화를 실시한 일본의 경우 동경대만 빼고 지방 국립대 대부분이 실패의 경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지방 국립대 법인화의 배경은 구조조정을 목적에 둔 것"이라며 "이미 법인화가 진행된 지방국립대 의료원을 보면 정부의 개입이 더욱 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회는 법인화에 대신해 정부의 재정은 늘리고 학교 운영의 자율 및 독립성은 대학에 일임하는 '자율형 국립대'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또 교수회는 전국 지방 국립대와 연계해 인사'조직'재정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고등 교육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법인화 동기는 대학 위기
경북대 본부가 추진 중인 '법인화'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자율형 국립대' 방안 모두 경북대가 처한 위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지방의 위기와 맞물려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이란 명성을 얻었던 경북대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5년간 '국립대 교수'의 자리를 떠난 경북대 교수가 24명에 이르고 있으며 입학생의 수능 성적 또한 2000년 수험생 상위 15%에서 지난 2008년에는 25%까지 떨어졌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입학정원이 2008년 4만5천227명에서 2025년에는 60% 수준인 2만6천명선까지 줄어드는 것도 경북대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대학 구성원들은 "경북대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 대다수 구성원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며 "법인화 추진을 계기로 경북대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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