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미술시장 경향은 개념미술이 대세죠"

미술기획 전문가 노희진씨

"미술시장의 거품이 빠진 지금이 오히려 컬렉터들에겐 미술 작품 구매 적기죠."

6일까지 열리는 아트대구2010 기획전 '블러드 오렌지-영국의 젊은 화가들'의 기획자 ㈜브라이트 트레저 대표 노희진(34)씨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조소와 미술사를 전공한 후 호주에서 미술관학을, 영국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아트 비즈니스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소더비 경매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한국 작가들을 런던에 소개하기 시작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아예 미술 기획 전문 회사를 차렸다.

"홍콩 아트페어에서 대구로 오는 길인데 2008년까지만 해도 홍콩 아트페어에선 1분 단위로 미술 구매가 이뤄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죠. 오래 생각한 후 신중하게 구매하는 추세입니다."

2003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미술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급속히 거품이 꺼지면서 컬렉터들의 미술품 구매가 신중해졌다. 이제 컬렉터들은 '명품' 아니면 '새싹 신인'을 찾는 분위기로 양분됐다. 중간 경력의 작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

이 때문에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전시 경향도 바뀌었다. 소장하기 좋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 위주에서 이젠 개념 미술로 선회했다. 지난해와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미니멀한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극사실주의가 유행하고 있지만 런던에서는 설치작품과 개념미술이 유행 중이다.

노 대표가 세계 미술의 한복판인 유럽에서 확인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현 위치는 어떨까?

"지금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해요. 하지만 한국의 작가들은 메시지가 반복적이고 작품을 구매자들 입맛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카데믹하고 진지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죠."

노 대표에 따르면 미술시장의 호황은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호황일 당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렸다가 이제 거품이 꺼지면서 작품 가격도 곤두박질 친 것. 컬렉터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국 작가들은 유학 도중에도 '끼리끼리' 전시를 한다. 진정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는 이유다.

"젊고 좋은 작가들은 많지만 한국 풍토에 맞추다 보니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까지는 한국의 손재주가 강조된 작품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이젠 그걸 벗어날 때가 됐죠. 그래야 백남준을 이을 만한 세계적 작가가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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