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족쇄일까, 축복일까. 결혼 기피, 저출산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식'을 연주 무대로 옮긴 이색적인 합창 공연이 선보인다.
14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대구시립합창단의 제109회 정기 연주회 '결혼'(The Wedding)'을 보고 나면 결혼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품게 될지 모르겠다. 내년 대구시립합창단 창단 30주년을 미리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 등 외국 작곡가들의 결혼 축가와 우리나라 결혼식 축가들로 꾸민다. 박영호 시립합창단 지휘자는 "관람객들이 마치 결혼식 하객이 된 듯한 기분이 들도록 무대 연출을 했고, 솔로 파트의 합창단원들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는다"고 했다.
시립합창단의 이번 '결혼' 공연에서는 결혼식의 엄숙한 이미지와 역동적인 이미지를 함께 선보인다. 서막은 결혼은 하늘의 축복이라고 말하는 하이든의 '테 데움 라다무스'(Te Deum Ladamus)와 신부 입장 때 '딴 따 따단'하는 음으로 익숙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으로 엄숙하게 시작한다. 이어 영국의 현대 작곡가 브리튼의 '결혼 송가'(A Wedding Anthem)가 선보인다. 고대 아테네의 귀족과 서민, 요정이라는 세 주인공들의 세계가 숲에서 어울려 펼쳐지며,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연의 절정은 러시아의 현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결혼'(The Wedding). 대구에선 초연되는 35분 길이의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와 6대의 타악기 연주 속에 러시아 어느 농민들의 흥겨운 결혼식 장면을 보여준다. 박 지휘자는 "우리네 결혼식 정서와 매우 흡사해 놀라웠다"며 "러시아 원곡을 한국어로 완전 번역했다"고 말했다.
공연 피날레는 우리나라 결혼식 때마다 잘 불리는 결혼 축가 모음으로 꾸민다. 김광진의 '사랑의 서약', 이순교의 '나의 사랑', 홀드리지의 '어 러브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A Love until the end of time),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제목보다 더 짧고 아름다운 시'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등이 결혼식의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피날레는 4명의 솔리스트와 합창단이 신부와 신랑, 부모의 심정을 나타내는 대사를 하게 됨으로써,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053)606-6343.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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