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는 여야의 차기 대권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 전의 예상 주자군은 선거 이후 재편될 수밖에 없어졌다. 선거의 성적표에 따른 부침(浮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권=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 사실상 당 대표 재도전까지 불투명해지는 등 대선주자들의 부침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여권이 대폭적인 당정청 쇄신에 나섬에 따라 여권 대선주자들의 달라질 정치적 위상과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대표가 직접적인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은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자신의 지역구선거에만 매달렸다가 처음으로 실패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외에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대선주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박 전 대표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을 사수하는데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향후의 대권구도 향방에 따라 활동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지사의 경우, 일찌감치 재선가도에 들어서면서 친이계 일각에서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미래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이 비대위체제로 전환되면서 '이재오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정면돌파하기에는 이 위원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데다 7·28 재·보선에서 은평을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정운찬 총리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총리 교체여부가 당정청 개편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용도폐기될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에 직면해 있다.
◆야권=이번 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당내 대선주자들의 역학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세균 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확실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으며, 친노 세력의 부활도 야권의 대선구도에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의 여세를 몰아 8월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재신임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그렇게 될 경우 당내 입지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개표 전까지만해도 정 대표는 민주당이 패배할 것이란 각종 선거 전망때문에 코너로 몰린 상황이었고, 당내 비주류는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를 개최, 지도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집은 선거결과로 비주류 측의 기세는 당분간 주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같은 맥락에서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게 그다지 없다는 분석이다.
정 상임고문의 경우 선거에서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도전 등 당내 주도권 회복 수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비주류의 구심점을 자임, 정 대표를 정점으로 한 주류 측과 각을 세워왔던 만큼 이번 선거결과는 그에게 운신의 폭을 좁힐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사 야권후보 단일화의 중재역을 맡았던 손 상임고문도 선거패배로 입지가 좁아졌으며 자칫 선거결과에 따른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후보단일화를 위해 당소속 경기지사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의 출마까지 막았으나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패했다는 점에서 당내 비판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그의 정치권 복귀 수순도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당분간 여의도 정치에서 한걸음 물러나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판까지 접전을 벌임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과시했으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 외에 유시민 전 장관은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했으나 민주당 등과의 범야권 단일후보를 이끌어내 선전을 펼침으로써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희정·이광재·김두관 등 친노 인사들의 광역단체장 당선도 야권의 역학구도 변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들의 입장이 야권 대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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