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선거 혁명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간판을 내건 구미시의원 후보 20명 중 11명이 떨어졌다. 의석수가 과반이 안 된다. 여소야대다. 경북도의원도 6명 가운데 2명이 무소속 후보에게 밀려났다. 비례대표 선거 지지율도 48.4%에 그쳐 겨우 한 석만 건졌다.
한집안 식구끼리 행정과 의회를 장악해 고속질주를 해왔던 구미시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국 최다 득표를 기대할 만큼 자신감에 넘쳤던 남유진 시장 당선자를 향해 시민 절반이 등을 돌렸다. 득표율이 50% 조금 넘는다.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에다 한나라당 텃밭인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낙선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작은 거인'이라 칭하며 4년간 '구미호(號)'의 선장 역할을 해온 남 시장은 민의 수렴에 소홀하고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신한 탓에 민심의 향배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오히려 남 시장에게는 새로운 4년의 시정을 더욱 빛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이번 선거 결과가 좋은 약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큰 상처를 입은 김태환, 김성조 두 국회의원도 시민들의 표심이라는 바람이 앞으로 다가올 2년 뒤 총선에서 순풍으로만 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지지하고 아끼는 시민들은 "지역을 이끄는 지도자 세 사람 주변에는 달콤한 말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인사들만 북적거릴 뿐 쓴소리 해주는 진정한 참모가 없었던 것 아닌가"며 아쉬워하고 있다는 점도 귀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하고 닫았던 귀를 활짝 열어야 마음껏 쓴소리 해주는 서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다. 충성스런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함에 이롭고(忠言逆耳 利於行),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좋다(良藥苦口 利於病).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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