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희망이 없는 나라, 학교는 죽고 학원만 사는 나라. 그럼, 학교에는 왜 보내는데? 학교는 아이들을 붙잡아주는 장소, 탈선하지 않게 맡길 수 있는 곳, 그러니 저녁 늦게까지 붙잡아 주면 더욱 좋지, 0교시부터 일부 학생들은 책상 위에 포개놓은 책들을 베개 삼아 쿨쿨 잠을 자고… 밤늦게 자율학습까지 끝나고 주차장으로 변한 운동장으로 내려가면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해서 대학에 들어갔지만 원하던 곳이 아니다. 친구 할 사람이 없다.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에, 취업준비에 바쁘다. 꿈이 없다.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 "진리는 학점에, 자유는 두려움에, 정의는 이익에 팔아넘긴 대학을 거부한다"고 고대 경영과 3년생 김예슬이 외쳐도 요지부동인 대학생들이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한마디로 일축된다.
언제나처럼 길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부지런히 공부해서 취업에 성공한 소유자로서의 다소 안정된 길과, 가난을 담보한 불안한 존재자로서의 길이다. 귀농이라든가 백수로서 살면서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조용히 살아가는 길이다. 이렇게 존재자의 길을 택한 사람 중에 나중에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한 사람이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쓰레기통을 치우고 거리를 청소하는 일로 매우 힘들 텐데, 늘 표정이 해맑아 이유를 물은즉,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대답이 걸작이었다. "먹고살 길이 없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런 구차한 대답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을 존중하며 드높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잔뜩 기죽고 겸허해진 학교 현장에 바라고 싶다. 지식보다는 학생들을 건강하게 키워 달라고, 하루 한 시간쯤은 운동장에서 운동을 시켜 달라고, 운동이 습관이 되어 힘이 솟게 해 달라고, 운동이 뇌신경을 활성화시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학생들이 잘못하면 시(詩)를 외우는 벌을 주어 정서를 순화시켜 달라고, 그리고 문제아들을 모아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2박3일의 걷기 좋은 길을 걷고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오는 것도 치유에는 좋겠다고, 때로는 반별 대항의 운동회와 학예회를 열어 숨은 재능을 골고루 펼칠 시간을 주어 우애와 협동의 장을 마련해 달라고, 반 학생 전원이 가슴을 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교실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느 한구석에선가 말 못하고 죽어가는 젊은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아 나는 늘 마음이 안쓰럽다.
나는 27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쉰이 되는 해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 뒤에도 시를 쓰면서 우리 대구에도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이를테면 '엄마 학교' '아빠 학교'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이 서로 만나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학원으로만 내몰아 공부를 시키면 나중에 후천성 자폐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학생들을 좀 자유롭게 내던져줄 줄도 알고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엄마 학교는 인터넷 만남도 좋고 실제로 모임이 이루어져, 몇 가족씩 서로 터놓고 지내는 것도 핵가족 제도의 닫힌 사회에 사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대학 가서 제대로 공부하라고 미리 건강하게 좀 놀게 하는 모임이라고 보아도 좋다. 공동으로 농장도 가꾸고, 여행도 다녀오면 더욱 좋겠다.
다정하게 이름 불러 주기, 작은 것이라도 칭찬 크게 하기, 아이가 혼자 하는 것이 느리고 어설프더라도 아이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 주기, 아이에게 사랑은 줄 수 있으나 엄마의 생각까지는 강요하지 말기, 봉사 활동'농어촌 방문 등 많은 체험을 제공할 것. 많은 사람들, 많은 가능성, 갖가지 생활 방식 이러한 것이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교육이다. 집안일 시키기, 요리 같이 하기, 처음 객지생활을 시작하는 여대생에게 다이어트 방법 일러주기 같은 것도 좋지 않을까?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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