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코야마의 한일 이야기] '냄새'가 사라지는 일본

일본 공항에 내리는 순간 외국인은 간장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한국 공항에는 김치, 인도는 카레, 하와이는 코코넛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라가 다르면 기후도 다르고, 식생활, 생활 습관도 다르다. 그것들이 냄새를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냄새는 하나의 문화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냄새를 억지로 없애려는 경향이 있다. 슈퍼에서는 냄새가 안 나는 마늘과 청국장이 많이 팔린다. 또한 구취 방지 상품과 냄새를 방지하는 양말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냄새를 없애는 것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무취(無臭)의 기치를 내걸고 국민을 선동하는 언론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든 장년 특유의 체취를 의미하는 '노화 냄새'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노화 냄새가 세간에 회자되면서 젊은이는 노화 냄새에 더욱 민감해졌다. 장년층은 자신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신경을 쓰고 예방법이나 예방 상품을 찾는다. 나이가 들면서 풍기는 체취는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 준다. 누구에게서 냄새를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성장 배경과 품격, 인품을 직감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최근 일본에서의 흡연자들은 곤혹스럽다. 담배 냄새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금연 목소리를 높이면서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03년에 시행된 건강증진법은 공공시설과 음식점, 백화점 등에서의 부분적 흡연을 인정하고 있으나, 올 초 정부는 지자체에 전면 금연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보냈다. 또 올 10월부터는 담배 세금이 1개비당 3.5엔으로 인상된다. 물론 담배 연기가 주위 사람들에게 끼치는 피해는 냄새만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 갑자기 담배 연기가 공공의 적이 되고 흡연가가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듯하다. 기차역이나 공항의 좁은 흡연실에서 어깨를 맞대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소보다 쓸쓸해 보인다.

무취 대국 일본은 도대체 무엇을 없애려는 것일까. 인간미를 없애려는 것은 아닐까.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접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의 냄새를 부드럽게 수용하는 관용의 태도도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나친 결벽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간성까지도 없애 버리는 느낌이 든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냄새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급우들로부터 "아 냄새 난다"라는 말을 들은 후 학교에 가지 않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하지 않으면 진정이 안 된다고 한다.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체취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받으면 어린아이는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까. 실은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냄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본인은 그것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체취에 대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체취를 부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냄새를 여유있게 받아들이면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저녁 식사 시간에 길을 걷고 있으면 카레라이스와 생선 굽는 냄새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된장찌개와 삼겹살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냄새를 맡으면 빨리 집에 가 엄마가 만든 요리가 먹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은 인간의 기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떤 냄새를 맡는 순간, 먼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냄새를 잃어 가고 있는 일본에서는 먼 옛날의 행복했던 기억도 함께 잊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요코야마 유카·일본 도호쿠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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