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헝가리 교두보로 유럽 전역 확산 가능"

김성래 4단 인터뷰

◆김성래 4단 인터뷰

- 한국 프로기사가 보급을 위해 유럽의 한 국가에 3명이나 파견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로 기록될 듯한데.

▶한국 바둑이 서구로 진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근현대에 세계적으로 바둑을 주도하던 일본은 최근 20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힘이 떨어졌다. 또 중국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그간 축적된 힘도 만만치 않다. 이미 행동을 개시했지만 앞으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시기에 공공 예산의 지원으로 한국 바둑이 외국 진출에 나서게 된 일은 실로 다행스러운 일로,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세계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는 데 매진할 작정이다.

- 바둑 보급에 있어 유럽이 가지는 의미는

▶유럽은 바둑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역이다. 국제위기연맹(International Go Federation) 가입국 중 절반에 해당하는 35개국이 유럽바둑연맹(European Go Federation) 회원국이어서 국제적 상징성이 높으며 한국 바둑에 대한 인지도 역시 상당히 높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비해 미주 지역의 바둑 인구는 중국 이민자 및 그 2·3세의 비중이 높고 미국바둑협회(American Go Association)의 구성원 역시 중국계가 다수이므로 한국이 주도하기 다소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 왜 헝가리인가?

▶외국에 나가 바둑을 보급함에 있어 아무래도 초기 정착 문제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입단한 헝가리 출신 디아나 코세기(Diana Koszegi) 초단의 부친이 현지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어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고, 현지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헝가리에는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약 700~800명의 바둑팬이 있고 어린이 대회에 100명가량 출전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한번 바둑을 진흥시킬 기본 여건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물론, 헝가리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각지에서 제법 실력 있는 유망주들을 받아 기를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에 있으면서도 바둑을 가르친 외국 유학생이 30명이다. 그 중 상당수가 유럽 출신인데 어느 정도는 재결집할 수 있다. wbaduk 사이트를 주로 한 인터넷 활동도 병행해갈 예정이다.

- 헝가리 현지 바둑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그동안 디아나 초단을 통해 접촉해 왔는데 처음에는 한국에서 프로기사가 3명이나 올까 의심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구체화되고 비자까지 나온 후에는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기대에 찬 반응들이라고 전해 들었다.

- 헝가리에서의 활동 목표를 말해 달라.

▶나와 이영신, 고주연 이렇게 3인이 거점을 두고 보급 활동을 하겠다는 것의 의미는 이전에 외국에 나간 기사들과는 다소 다르다. 우리는 보다 전문적인 보급을 목표로 한다. 현지 정착 단계를 넘으면 유럽에 프로바둑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기원과 연계해서 유럽의 유망주들을 프로기사로 등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한국바둑센터(Korea Baduk Center)를 운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예전에 일본이 세계 각지에 바둑문화센터를 지어준 적이 있고 바둑대회를 개최하거나 후원한 사례는 많으나 우리처럼 전문기사까지 투입되어 바둑센터를 운영한 경우는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유럽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고 프로시스템을 이식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 그럼 한국의 바둑도장처럼 프로기사를 양성하는 것인가?

▶그렇다. 정확하게는 현지에 가서 더 점검해야 하겠지만 빠르면 3년 후에는 입단권에 드는 유망주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마도 유럽 바둑의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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