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에서 커피 메이커(Coffee maker)로 변신!'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직종만 골라 체험하는 3D 전문기자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 주는 고상한 변신을 시도했다. 당초 지리산에 들어가 고로쇠 물을 받는 체험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너무 멀고 힘들 것 같아 근처 쉬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산 진량에 커피 만드는 공장이 있습니다." 올해 초 지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취재하다 만난 ㈜다빈치 정상형 대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곧바로 연락을 해 보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었다. 취재를 부탁했더니 이사, 공장장에게 협조를 당부해 둘 테니 언제든 오라고 했다. 2일 지방선거 투표를 한 뒤 오후에 삼성 라이온즈의 전용구장인 경산 볼파크 인근에 위치한 ㈜다빈치의 진량공장을 찾아갔다. 박영원(42) 이사와 이상문(37) 공장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두가 향기로운 커피빈으로 재탄생
공장 입구에 들어서니 생두 60~70㎏짜리 가마니가 창고 한쪽에 쌓여 있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자카르타 아래 위치한 지역), 에티오피아 시다모, 콜롬비아 슈프리모 등지에서 직수입해 들어온 생두 가마니들이다. 한 가마니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생두 자체를 최상품으로 사용하기 때문.
한번에 18t씩 들어오는데 결제액이 억 단위다. ㈜다빈치 전 매장에서 한달 소비량이 5t 정도이기 때문에 석달 반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가마니를 쌓는 일은 주로 기계가 하지만 때로는 한 가마니씩 지고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한번 들어보니 어깨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 공장장이 무게 중심 잡는 법을 가르쳐줬다. 가마니 가운데 아래 지점을 어깨에 푹 파묻히도록 걸치니 안정감 있게 들 수 있었다.
이날은 시다모와 슈프리모를 볶아서 블렌딩(Blending)해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두 가마니에서 각각 생두 26㎏과 27㎏을 계량해 로스팅(Roasting) 기계에 넣었다. 전 자동이기 때문에 호스만 갖다대니 생두가 모두 로스팅기 상층부로 올라갔다. 이제부터는 기계의 작동에 의해 가장 맛있는 커피로 볶아지는 과정이다.
먼저 로스팅 기계를 예열한다. 그리고 로스팅 기계에 시간, 가스 압력, 온도 등을 딱 맞게 세팅하면 생두가 커피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 생두는 130℃ 정도가 되면 수분이 소실되고, 1차 파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130~150도 정도부터는 열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당과 단백질, 지질 등이 결합해 갈색의 중합체인 멜라노이딘을 생성해 향과 맛이 뛰어난 커피빈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각 원두로부터 로스팅한 커피빈을 블렌딩한 뒤 다빈치 로고가 적힌 포장지에 넣고 밀봉하면 각 매장으로 보내질 다빈치 커피가 완성된다. 각 생산지별 원두를 섞는 블렌딩 작업을 할 때는 계절별로 생두의 배합 비율을 달리 하고, 생두의 종류별 배전 정도에 따라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여름에는 다소 진하고 깊은 맛이 나도록 하며, 겨울에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도록 배합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민감한 부분에서 사람 손이 커피맛을 결정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좋은 원료를 가져와 볶아서 포장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리 복잡하지는 않지만 로스팅 기계를 작동할 때는 예열 시간, 수증기 압력, 온도 등 민감한 차이에 의해 맛이 결정됩니다. 생두에 균열이 일어나며 튈 때 나는 소리만 들어봐도 오늘 커피가 맛있게 볶아졌고 향도 좋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날씨에 따라 기계를 언제 돌리고 시간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나니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수만명의 고객들이 마실 커피니까요."
이상문 공장장은 기자에게 로스팅 기계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설명하면서 생두가 커피빈으로 나오기 전까지 온도, 압력, 시간 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일러줬다. 하지만 기계치인 기자로서는 커피에서 나온다는 600여 가지의 성분이 어떤 건지, 어떻게 기계를 조절해야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단지 기자가 이날 일하면서 넣은 시다모와 슈프리모 생두가 아주 잘 볶아진 커피빈으로 생산돼 나오는 과정이 신기할 뿐이었다. 로스팅기에서 금방 뽑은 커피빈을 맛보니 아주 고소하고 향기로웠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권경호(28)·도병환(26)씨가 기자를 지켜보다 "우리도 이곳에서 일하지만 언제 어떨 때 가장 맛있는 커피빈이 생산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여름에 아침 일찍 공장에 나와 로스팅기를 돌리는 것도 온도 등을 고려해 맛있는 커피빈을 뽑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만들 때 기계를 이용하지만 기계가 워낙 온도에 민감한 탓에 계절에 따라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도 달라진다는 것.
박상원 이사는 기자에게 ㈜다빈치의 '10 Days System' 얘기를 꺼냈다. 커피는 생두를 볶아낸 뒤 2, 3일 뒤에 가장 향과 맛이 좋은데, 다빈치의 경우 이곳 진량 공장에서 만들어진 커피들이 대구 본사 물류공장에서 각 매장으로 배달돼 최종 소비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0일을 넘지 않는다는 것. 공장에서 생산돼 2, 3일 동안 잘 숙성된 커피들이 ㈜다빈치 전국 매장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경쟁력 있는 커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것.
다빈치 공장에서는 커피빈이 완성되면 부풀어 오른 상태, 색깔, 광택 등 원두의 외부부터 체크한다. 이후 본사 공장과 매장에서 분쇄 커피의 향기와 강도 등을 한번 더 체크한 뒤, 추출 커피가 혀 전체에 감기는 맛과 느낌, 향기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언제나 일정 정도 이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 가마니에서 생두의 상태 확인 2. 당일 볶을 생두의 양을 계량 3. 로스팅 기계 예열작업(드럼 내부의 공기 흐름 안정화) 4. 생두 투입과 가열 작업 5. 1차 크랙 및 2차 크랙(생두가 내부의 수증기 압력에 의해 갈색으로 바뀌고 팽창·파열되면서 커피빈으로 완성) 6. 배출 및 냉각(잘 볶아진 커피빈을 배출하고 기계를 식히는 작업) 7. 브랜딩(볶아진 커피빈을 적정 비율로 섞는 작업) 8. 커피빈 테스트 9. 포장 및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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