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KBS1 TV 명화극장 '디파이언스'

KBS1 TV 명화극장 '디파이언스' 6일 0시 55분

2차 대전 당시 수천명의 목숨을 구한 평범한 형제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쉰들러 리스트'급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라스트 사무라이'를 만든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네케이마 테크의 동명 소설 '디파이언스-비엘스키 유격대'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 벨라루스를 점령한 독일군의 유태인 탄압이 시작된다. 부모의 처참한 주검을 목격하고 숲으로 도망친 투비아와 주스는 어린 동생 둘을 이끌고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하나 둘씩 모여든 유태인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주면서 식량을 구하러 농가를 드나들기도 하고 무기를 얻기 위해 독일군과 교전하면서 조금씩 유격대의 틀을 갖추게 된다.

소문을 듣고 각지에서 찾아온 유태인들이 어느덧 수천명에 이르게 되고 투비아는 공동체의 리더로서 크고 작은 갈등들을 겪는다. 여기에 성격과 견해가 다른 동생 주스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둘은 결별을 하게 되고 과격한 주스가 러시아군에 들어가면서 두 형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전염병을 이겨내고 숲 속에도 봄이 찾아올 무렵, 독일군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얻어낸 투비아는 병자와 노인, 아이들을 포함한 동족을 이끌고 도주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주인공 투비아의 모습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40일간 광야를 헤매던 모세의 고뇌가 종종 오버랩된다. 성경의 위대한 영웅이 그랬듯 그 역시 인간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복수를 해놓고 괴로워하며, 처음 유태인들을 구했을 때는 그들을 바람막이로 도망칠 시간을 벌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독일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을 때는 살기 위해 은근슬쩍 사지를 빠져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동질감은 그가 내린 선택을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가 된다.

여기에 형제의 갈등과 가족애, 종교와 사상의 모순, 전쟁의 광기, 절망 속에서 싹트는 사랑과 작은 희망의 씨앗, 역경 중에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 등이 더해지면서 역동적인 전쟁 드라마가 탄생했다. 미국, 2008년 작.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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