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 외면한 공천, 한나라 패배 자초

국회의원 맘대로 '私薦' 결과는 접전지 6곳 전패

한나라당이 대구경북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패배한 것은 공천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란 지적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방어에 성공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대구 2곳, 경북 6곳에서 패했다. 영양은 무공천했다. 4년 전에는 대구에서 '전승'했고, 경북에서 2곳만 졌다.

특히 경산 칠곡 등 접전이 예상됐던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패했다. 접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한 경우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처음이다.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회의원이 마음대로 공천할 여지를 만든 것이 꼽힌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가동됐지만 당규에 공천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맡고 있는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과 '협의'토록 명문화하면서 공천(公薦)이 사천(私薦)으로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

해당 지역의 민심과 여론보다 당협위원장과의 친분 등이 공천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여론조사가 공천의 1차 잣대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당협위원장이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왜곡, 적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국회의원이 원하는 후보가 여론에 앞서지 않으면 전략공천이라는 방식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을 주저 앉히거나 다른 선거로 돌리는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잣대는 2년 뒤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 여부였다는 것이다. 여론에도 앞서고 당선 가능성도 높지만 국회의원에게 밉보인 후보가 공천된 경우는 전무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이 패한 지역 대부분에서 공천 잡음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에서 '공천=당선'이라는 점만 믿고 민심을 외면하고 마음대로 공천을 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은 "기초단체장 2곳에서 패한 것은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환 경북도당위원장은 "목표에 많이 미달했다. 경북 유권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민심을 더 정확히 읽고 최선을 다해 일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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