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덕위 하얀 우리집' 이게 꿈인지 생신지…

시각장애 최이선 할머니 러브하우스 입주

최이선 할머니가 새로 지어진
최이선 할머니가 새로 지어진 '언덕 위의 하얀 집' 앞에서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본지 이웃사랑에 보도된 후 캐프그룹(회장 고병헌·사진 왼쪽)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날 조촐한 입택식을 가졌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춘을 돌려 다오, 젊음~을 다~오! 젊었을 때는 노래도 곧잘 했는데 인제는 늙어서 다 글렀는기라."

최이선(73·상주시 병성동·본지 2009년 12월 2일자 이웃사랑 보도)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며 신바람을 냈다. 시력을 잃은 지 40년이 되도록 속시원하게 웃어본 날이 없었던 할머니는 새 집 입주를 앞두고 흥이 절로 났다.

"여덟살 먹은 외손녀 정하의 공부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소원을 풀었제. 살기 좋아졌으니 나도 이제 오래 살아야지. 고질병인 디스크 수술도 받을 꺼야."

최 할머니는 4일 다 허물어져가는 시골집 대신 산뜻한 스틸형하우스로 만든 '언덕 위의 하얀집'에 입주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이 최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소개한 것을 본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 ㈜캐프의 고병헌 회장이 선뜻 집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입주식이 있던 4일에는 ㈜캐프의 고병헌 회장과 옥선표 사장, 봉사단원 등 30여명과 함께 매일신문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상주시청 이범용 주민생활국장 등이 참석해 할머니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새로 지은 스틸하우스는 하얀색 벽에 벽돌색 지붕을 얹은 50㎡ 규모로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연탄불을 갈지 않아도 되도록 전기보일러를 달고, 혼자서도 식사준비에 어려움이 없도록 싱크대도 마련했다. 집으로 올라오는 비탈진 길도 널찍하게 넓혀놨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최 할머니가 이젠 지팡이에만 의존해도 될 만큼 시원하게 뚫렸다.

초등학교 1학년인 정하는 처음 가져보는 책장과 책상에 마음이 설레 그 곁을 더나지 않으려 했다. 할머니는 "아침부터 책상이 너무 좋아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는데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은 학교를 보내지 말 걸 그랬다"고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였다.

입주식에 앞서 아침 일찍부터 현장을 찾은 고 회장은 "할머니가 비가 와도 마당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거푸집을 달아달라"고 지시하는 등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고 회장은 "매일신문사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인연을 계기로 집이 없어 헐벗은 주민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일을 상주시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최 할머니는 "아이고 내가 뭘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매일신문사와 캐프 회사에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연방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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