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욕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요즘 초등학생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 욕이다. 초등학교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들리는 말의 반 이상 욕이 섞여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흔히 욕을 사용할 때는 친구를 놀리거나 위협을 가할 때이다. 소외 받지 않으려는 집단의식 속에서 욕을 사용하기도 한다. 욕 잘하는 아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면서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욕이라 하기엔 그렇지만 강조의 말을 할 때 졸?, 존?라는 말도 입에 달고 산다.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을까?

얼마 전 우리 해바라기 방과후에서 욕에 대한 아이들 인식 조사를 해 본 적이 있다. 터전에서 욕사용이 줄어들었는지 점점 늘어났는지에 대한 개인적 생각과 아이마다 생각하는 욕의 범위는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터전에서도 욕을 듣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아이들이 과반 이상을 넘었다. 예전에는 욕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방과후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 욕설이 조금씩 늘어간 것이다. '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에 남자와 여자 아이들의 차이가 있고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도 있었다.

저학년들은 말보다는 손가락으로 하는 욕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 가지 손가락 표현이 욕으로 연결되었다. 아직 입으로 하는 욕은 낯선 모양이다. 3학년 이상 아이들은 직접적인 말이 욕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어감을 쓸 때만 욕이라고 했다. 여자아이들은 욕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보고 있었다. 남을 낮추는 말, 상처 주는 말, 놀리는 말, 불편하게 하는 말 등 다른 사람에 감정을 건드리는 모든 말을 욕이라고 말했다. 남자아이들은 상당수가 입으로 하는 직접적인 말을 욕이라고 했다.

이렇게 욕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어른의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이다. 특히 어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거나 아예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편한 대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경쟁으로 여유가 없고 상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생각에 욕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컴퓨터와 같은 멀티미디어는 더욱 자극적으로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나가는 누구도 제재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내 아이가 아니면 관심이 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간을 더욱 키워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메마른 정서를 채워줄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어른들의 공감이다. 공감을 받지 못한 아이는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은 남을 이해하고 함께 느끼는 것이다. 어른들이 먼저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자기의 현실을 바로 보고 고쳐 나가려 노력한다. 하지 말란 말보다 다른 표현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른들에게 공감 받고 존중 받을 때 이러한 욕은 서서히 우리 아이들에게서 사라질 것이다.

김병현 (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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