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잉어과 피라미속 여류들

며칠 전 언론에 "청계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 가운데 상당수가 한강에서 올라온 게 아니라 방류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라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거기서 이야기된 물고기 중에 갈겨니와 참갈겨니 라는 두 종의 물고기가 있다. 전북대 김익수 교수는 "갈겨니는 한강수계에서는 살지 않는 물고기"라며 "일부러 넣지 않는 한 청계천에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한강 주위에는 갈겨니와 비슷한 참갈겨니만 살고 있다"고 했다. 이 두 종은 예전에는 갈겨니라는 물고기 한 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갈겨니가 최근에 다른 생김새를 가졌으며, 생식적 격리가 일어난다 하여 갈겨니와 참갈겨니라는 두 종으로 분류가 된 종들이다. 또한 하천에는 이 두 종의 물고기와 비슷하게 생긴 민물고기로 피라미라는 물고기도 있다. 이 세 가지 종은 잉어과 어류에 속하는 피라미속 어류들이다.

피라미는 산란기가 되면 수컷의 입 주위가 시커멓게 변하여 '먹지', 온몸이 붉은색이고 파란무늬가 있으며 지느러미가 붉어 '불거지' 또는 '꽃피리' '피리'라고 일반 서민들이 부르며, 갈겨니는 피라미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눈이 피라미보다 커서 '왕눈이 피리' 또는 '참피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민들이 아마 하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종류가 피라미와 갈겨니일 것이다. 이들은 사촌간으로서 겉모습과 크기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혼동하여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라미는 몸 옆에 세로로 연한 분홍색과 녹색의 무늬가 교대로 있으며 바탕색은 은백색이고 눈이 작으며, 갈겨니는 몸 옆에 가로로 굵고 긴 검은 띠가 있고 눈이 크며 몸의 빛깔은 황색이다. 최근에 갈겨니 개체군 속에서 각 개체들의 외부 형태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여 갈겨니와 참갈겨니라는 두 종으로 분류를 하였다. 이 두 종의 형태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눈과 등지느러미이다. 갈겨니는 상안부(눈동자 윗부분)에 붉은색 무늬, 등지느러미 상단에 붉은색을 띤다. 참갈겨니는 상안부에 붉은색 무늬가 없으며, 등지느러미 상단부는 흰빛이나 노란빛을 띤다.

피라미와 갈겨니는 한 하천에서 같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피라미와 갈겨니가 같이 살고 있는 하천에서 이들이 사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피라미는 중·하류의 물이 맑고 넓은 여울부의 자갈이나 모랫바닥에서 서식하면서 그곳에 있는 부착조류를 주로 먹고 가끔 수생곤충의 유충도 먹으며 2, 3급수에서도 살 수 있다. 반면 갈겨니는 하천 중·상류의 소나 물살이 느리고 수생식물이 많은 곳에서 서식하면서 물 위로 떨어지는 육상곤충이나 위에서 떠내려 오는 수생곤충을 먹기도 한다. 갈겨니는 1, 2급수에서 살고 3급수에서는 살지 못하기 때문에 갈겨니를 1, 2급수의 지표생물로 삼기도 한다.

갈겨니는 주로 상류 쪽에 살지만 상당수의 하천에서는 하류까지 분포하며 숫자도 많았으나, 요즈음은 하류뿐만 아니라, 중상류에서도 서식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것은 댐과 보의 축조 및 하천의 평탄화 사업 등으로 유속이 감소하여 갈겨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갈겨니와 달리 피라미는 똑같은 이유에 의하여 그 분포구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유연관계가 매우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이렇듯 사는 곳이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어린 새끼(치어)일 때의 헤엄치는 능력과 습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갈겨니의 치어는 근육이 강하여 빠른 물살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돌 틈에 숨어 잘 나오지 않는 데 반하여, 피라미의 치어는 헤엄치는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넓은 개활지를 좋아하여 흐름이 빠르면 떠내려가므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피라미는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유속이 느린 곳에서만 살아야 한다. 사람이 하천을 변형시켜 유속을 느리게 하거나 바닥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면 피라미가 살기에 알맞게 되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하천이 피라미 천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천에서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하천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하천공사를 해야 한다. 하천은 여울과 소를 일정한 간격을 두어 이어지게 하고 물 주위에는 호박돌, 왕자갈, 잔자갈이 흐트러져 있으며 식물이 자라 물속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이 상호작용하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최대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용호(동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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