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한국의 중·장년층들은 아침마다 울려 퍼지던 우렁찬 새마을 노래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노란 바탕에 새싹이 그려진 새마을 깃발과 새마을 모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새마을운동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향수에 젖게 한다.
새마을운동이 지금도 유효하며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외에서의 높은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던 탓이다. 하지만 제2의 새마을운동을 꿈꾸는 사람들은 한국 경제와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새마을운동이라고 믿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부활'
새마을운동의 부활은 해외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핵심 간부 200여명이 참여한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위한 집중 토론에서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결정했다. 그 뒤 중국 정부 관리들은 한국을 찾아 새마을 연수를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사무총장은 취임 후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빈곤퇴치를 위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가 그동안 인색했다. 1979년 박정희 시대의 갑작스러운 종말과 함께 새마을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독재시대의 잔재' '관 동원 체제' 등으로 폄훼되면서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경상북도의 움직임이 가장 빠르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 세계화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새마을운동 보급과 연수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운대와 함께 국내 유일의 새마을운동 연구 기관인 새마을아카데미를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새마을운동을 집대성했다.
◆'새마을은 살아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꿈꾸는 사람들은 한국 경제와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여전히 새마을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에도 농어촌 지역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도됐지만 지금까지 새마을운동만큼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퇴임 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에는 부정적 기억이 남아 있지만 우리 농촌의 환경을 되살리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새마을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이 산업화를 앞당겼듯이 이제는 녹색화를 앞당기는데 또 한 번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원초적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마을운동은 '우리 민족이 이룬 가장 큰 업적' '대한민국의 대표 업적'으로 뽑힌다. 20세기에 시작됐던 새마을운동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국민 의식 속에서는 긍정의 유산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유물로만 여겨지던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새마을운동이 남긴 긍정과 부정의 복합적 유산이 오늘날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한국이 세계경제 10위권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긍정의 유산과 전통·환경에 대한 무계획적인 개발의 시작이었다는 부정의 유산이 결합된 복합물로서 살아있는 역사와 교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새마을 정신은 영원
새마을운동은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과 진취성을 일깨워준 의식개조 운동 또는 정신문화 운동으로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새마을운동 정신은 지금도 우리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은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 만들기와 일상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1998년 '제2의 새마을운동 선언'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는 '21세기 새마을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변화된 시대환경에 맞추기 위해 진화를 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모으기 운동과 경제살리기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태안 기름 유출사건과 봉화군 수해현장에서 새마을 회원들은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경북도 김재홍 행정지원국장은 "근면·자조·협동 등 새마을운동의 정신문화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와 김장나누기, 연탄 나누기,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아이 러브 코리아' 등 다양한 봉사활동과 동전모으기, 재활용품 모으기 등 경제살리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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