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군(聖君)

중국 당 태종은 성군(聖君)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정치'사회적 안정은 물론 경제'문화를 활짝 꽃피워 후세 사가들은 이때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부른다. 요순시대가 부럽잖은 태평성대를 이룬 태종은 뛰어난 군주였지만 옆에 위징(魏徵)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다. 회의 때마다 입바른 소리만 하는 위징이 못마땅했던 태종은 어느 날 왕후에게 위징이 조회 때 자신을 모욕했다며 죽이겠다고 했다. 그러자 왕후가 일어나 태종에게 큰절을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왕후는 바른말을 하는 신하가 있다는 것은 곧 임금이 성군이라는 뜻이니 경하를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태종은 위징을 용서했다고 한다. 왕과 왕후, 충신의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다. 형과의 골육상잔에서 왕위에 오른 당 태종으로서는 입만 떼면 잔소리를 해대는 위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꾹 참은 태종도 성군이거니와 목숨을 걸고 왕에게 끊임없이 직언을 퍼부은 위징은 만고의 충신임이 분명하다.

익명의 대구시 하위직 공무원이 본지 기자에게 편지를 했다. 대구시 인사의 난맥을 지적한 것이다. 현장 부서보다는 지원 부서를 우대하고, 특정 부서에는 패거리가 형성돼 있어 서로서로 챙기면서 승진도 앞서간다고 했다. 이 내용을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답답하면 편지를 보냈을까 싶다. 괜스레 나섰다가는 소위 '찍히기'가 일쑤일 테니 하소연이라도 한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쓴소리를 들을 자세가 안 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못한 것을 지적했을 때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장(長)은 드물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니 직언을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조직을 부패시킨다. 주변에 충언을 하는 이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어느 조직이든 위징은 있다. 당 태종과 같은 열린 마음이 아니니 위징이 안 보일 뿐이다.

위징은 당 태종이 '군주가 어떻게 하면 밝고, 어떻게 하면 어두워 지는가?'라고 묻자 '상치되는 의견을 함께 들으면 밝아지고, 한쪽 말만 믿으면 어둡게 된다'(兼聽則明 偏信則暗)고 했다. 조직의 장이라면 편신(偏信)이 어리석은 암군(暗君)을 만든다는 말을 늘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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