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것 외에 아무런 능력도 없는 황금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됐을까. 황금의 위력은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달러가 위기를 맞이하고 세계 금융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황금에 대한 신뢰와 의지는 줄어들지 않았다. 화폐가 국가의 법을 통해 '교환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면, 황금은 국가를 떠나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금융자산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황금은 인류 문명의 대격변의 원인이 되기도 했고 결과가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인류 문화에 황금만큼 강렬한 발자취를 남긴 물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황금을 '만질 수 있는 태양'으로 여겼고 머리장식, 그릇 등 각종 생활용품을 황금으로 제작했다. 황금이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생명을 연장시키는 신성한 매개물이라고 믿었다.
황금과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세계의 많은 종교 문화는 황금으로 자신의 순결성, 정통성, 신성성을 부각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자연계에서 황금색을 찾아보기는 무척 어려웠다. 그런 까닭에 눈부시게 찬란한 황금은 그 자체로 신성한 무엇이 되고도 남았다. 역대 제왕들은 황금을 독차지하려고 했고 황금은 자연스럽게 권력과 재물의 상징으로 발전했다. 이는 특정 대륙,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어디에서나 황금에 대한 지배자들의 숭배는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사실 콜럼버스는 신대륙보다 황금에 관심이 더 많았다. 콜럼버스와 같은 자들이 금이 묻혀 있는 신대륙을 찾아 나서면서 항해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스페인의 탐험가 피사로는 황금에 대한 탐욕스러운 욕망 때문에 잉카제국을 침략하고 약탈과 학살을 자행했다. 서구의 침략과 아메리카 식민지의 탄생은 황금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서부개발의 바탕이 됐던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역시 황금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됐다.
황금은 현재 달러, 유로화, 파운드와, 엔화에 이어 제5대 국제결산 화폐로 인정받고 있다. 케인즈는 "황금은 우리의 제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금은 최후의 호위병이자 긴급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금이며 다른 어떤 물건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다"라면서 현대 사회에서 황금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위치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황금 숭배, 황금과 종교, 근대화학과 의학의 기원이 된 고대의 연금술, 피로 얼룩진 황금약탈전쟁, 황금과 찬란한 예술문화, 황금을 향한 환상, 화폐의 왕으로서 황금, 신화에서 깨어난 황금 등 모두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은 특히 마지막 장인 제8장에서 만병통치약으로서의 황금을 이야기한다. 황금이 류머티즘, 암, 피부미용 등 인체의 다양한 문제점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항공우주 분야의 응용, 광학적 응용 등 과학과 함께 확장되고 있는 황금의 실제적 용도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있다. 317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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