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습니다. 지금이야 축하 꽃다발에 묻혀 기쁘지만, 검게 탄 얼굴로 골목골목 누비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목이 쉬고 발도 부르텄을 것입니다. 평소보다 더 낮추고 매달리느라 허리도 손목도 편치 않을 것입니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는 참 많은 후보자를 만났습니다. 투표용지에 찍어야 할 후보와 정당의 수가 모두 8개나 됐습니다. 자칫 기표소에 들어가서 붓대롱 들고 헷갈릴까 조심스러울 정도였지요. 이렇듯 많은 일꾼을 한꺼번에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선 그만큼 걱정도 컸습니다. 이번에 뽑힌 분들이 앞으로 시정(市政) 도정(道政) 구'군정(區'郡政) 교육행정 등 우리 유권자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진짜'를 뽑기 위해 저마다 눈에 불을 켜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당선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미 각오를 했겠지만 기층민심을 보다 정확하게 읽고 이를 매우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유권자들은, 오랫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지쳐 있는 지역사회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획기적 전환기를 맞게 되길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모두들 정말 붓대롱 '제대로 눌러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물'과 '정책' '경륜' 등을 꼼꼼하게 살펴가면서 저마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지요.
우선 입에 발린 구호가 아니라, 정말 지역사회를 위해 몸 바칠 각오가 된 사람인가가 중요했습니다. 지혜롭고 청렴한 사람,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 주변 정리가 잘돼 있고 의롭고 올곧은 사람, 씩씩하지만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사람, 혈세 아껴 바르게 쓸 사람, 살갑고 너그럽고 밝은 미소가 얼굴에 늘 그윽한 사람. 검소하고 단정한 사람, 이것저것 들춰 봐도 뒤가 덜 구린 사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저 믿고 싶은 사람, 선거가 끝나도 유권자 귀하게 여겨 받들어 섬길 사람, 당선자 자리를 감투나 벼슬로 여기지 않고 어깨가 무거운 '일꾼'의 자리로 여길 사람, 이를 위해 늘 책을 옆에 두고 공부하는 사람, 그래서 허리 굽히고 찾아와서 불쑥 내민 손 내치지 못해 억지로 잡아주는 악수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두 손 꼬옥 마주잡고 싶은 사람, 이런 분들이 좀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임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들로부터 쉽게 잊혀지지 않고 우리 사회의 든든한 그늘이 되어줄 사람….
이렇듯 손가락 꼽아가면서 깐깐하게 요구하는 게 '기쁨'에 젖어 있는 당선자로서 좀 벅차겠지만, 이런 분들이 당선될 확률이 높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당선되고 나서도 뒤탈 없이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구석구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나라에 새 기운을 일게 하는 참으로 뜻 깊은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반야심경은 '진실불허'(眞實不虛)라고 가르칩니다. '진실은 헛되지 않는다. 허망하게 마치지 않으려면 오직 진실하게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너무 빤한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전국의 수많은 당선자들이 선거가 끝났다고 그동안 선거 기간 중에 피를 말렸던 그 '검게 탄 마음' 잊을까봐서 그랬습니다.
의상 청도 '여래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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